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 /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12일 한국 등 60국을 상대로 ‘강제 노동(Forced Labor)’과 관련된 무역법 301조(Section 301) 조사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무역법 301조는 상대국의 불공정 무역 관행에 대해 미 정부가 독자적으로 보복할 수 있는 통상 무기 중 하나로, 관세율 상한이 없는 고율 관세와 수입 쿼터 설정 같은 강력한 제재가 가능하다. 한국은 전날 ‘과잉 생산’과 관련된 301조 조사 대상국에 포함된 데 이어 하루 만에 또 포함됐다. 트럼프 정부가 301조 조사를 잇따라 개시하는 건 연방대법원이 위법이라 판시한 상호 관세를 대체하기 위한 성격이 크다.

USTR은 이날 오후 “1974년 제정된 무역법 301조에 따라 60개 교역 대상에 대한 조사를 개시했다”며 “이번 조사는 각 경제권의 강제 노동 생산 상품 수입 금지 조치 집행과 실패 관련 행위, 미 상업에 부담을 주는 불합리하거나 차별적인 관행 등에 대한 여부를 판단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제이미슨 그리어 USTR 대표는 “강제 노동에 대한 국제적 합의에도 불구하고, 각 정부는 강제 노동으로 생산된 상품의 시장 진입을 금지하는 조치를 시행하고도 이를 효과적으로 집행하지 못하고 있다”며 “너무 오랫동안 미국 노동자와 기업들은 강제 노동이란 재앙으로 인해 인위적인 비용 우위를 점한 외국 생산자들과 경쟁해야 했다”고 밝혔다.

조사 대상은 60국으로 한국을 비롯해 일본, 중국, 영국, 대만, 유럽연합(EU), 호주, 브라질 등이 이름을 올렸다. ’301조 위원회’가 꾸려져 의견 접수를 받을 예정이고 다음 달 28일 청문회도 열릴 예정이다. 그리어는 “이번 조사는 외국 정부가 강제 노동으로 생산한 상품의 수입을 금지하기 위한 충분한 조처를 취했는지, 그리고 이런 혐오스러운 관행을 근절하지 못한 것이 미국 노동자와 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판단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외교가에선 ‘강제 노동’을 문제 삼은 USTR의 이번 조치가 이달 말 있을 미·중 회담을 앞두고 레버리지를 확보하기 위한 것이란 관측이 있지만, 한국도 안심할 수 없다. 지난 2024년 4월 북한 주민들의 강제 노동으로 생산된 중국산 수산물이 국내에 대량 수입·유통된 사실이 알려져 연방 의회가 “즉각 중단하라”며 공개 경고에 나서기도 했다.

USTR은 전날에도 한국 등 16국을 대상으로 ‘구조적 과잉 생산’에 대한 301조 조사를 개시한다고 발표했다. 한국에 대해 “대규모 혹은 지속적인 대미 무역 흑자 등 과잉 생산 증거가 확인된다”며 전자 장비, 자동차·부품, 기계, 철강, 선박 등에서 글로벌 흑자를 보고 있다고 관보에 적시했다. USTR의 이런 발표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방미(訪美)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 가운데 이뤄진 것으로, J D 밴스 부통령이 이날 김 총리와 만난 자리에서 비관세 장벽 등에 대해 계속 소통해 나가자는 뜻을 밝혔다고 총리실은 전했다. 트럼프 정부는 이런 조사를 거쳐 ‘글로벌 관세’ 10%가 만료되는 7월 24일 즈음에 맞춰 각국에 상호 관세와 유사한 형태의 대체 관세를 매길 것으로 예상된다.

☞무역법 301조

상대국의 불공정 무역 관행에 대해 세계무역기구(WTO)의 분쟁 해결 절차 등을 거치지 않고 미국이 독자적으로 보복할 수 있는 통상 무기로 꼽힌다. 관세율 상한이 없는 고율 관세와 수입 쿼터 설정 등 강력한 제재가 가능하다. 1974년 제정됐는데, 당시 석유 파동 여파와 일본·유럽 등 주변국의 경제 부흥에 대응해 미국 산업을 보호하는 목적으로 탄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