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이 10일 브리핑을 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캐럴라인 레빗 미 백악관 대변인은 10일(현지시각) “이란에 대한 군사작전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목표가 완전히 달성됐다고 판단할 때 종료될 것”이라며 “이란이 항복을 명시적으로 선언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란의 위협이 더는 탄도미사일 전력 등에 의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공허한 위협에 불과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가 지난주말 전쟁목표를 이란의 ‘무조건적인 항복(unconditional surrender)’라고 제시한 것에 비하면, 종전(終戰) 문턱을 대폭 낮춘 것이다. 전쟁이 길어질수록 정권 부담이 커지는만큼, 트럼프가 단기적 공세로 일정 성과를 거둔 뒤 ‘승리’를 선언하며 발을 빼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셀프 승리선언 출구전략’인 셈이다. 인터넷매체 악시오스도 “트럼프는 이란의 미사일·드론 능력이 충분히 약화했다고 판단하면 이란 내 정치 상황이 근본적으로 해결됐는지와 상관없이 승리를 선언하고 철수할 수 있다”고 했다.

백악관이 이 같은 출구전략을 본격적으로 모색하기 시작한 것은 ▲유가 상승 ▲미군 사상자 증가 ▲국내외 비판 여론 등이 정권에 대한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는 상황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를 추종하지만 대외 문제에 개입하는 것에 부정적인 매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지지층 반발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美 미사일 맞아 화염 치솟는 이란 함정 미군 중부사령부는 10일 “호르무즈 해협 일대의 기뢰 부설 선박 16척을 비롯해 이란 해군 함정 여러 척을 제거했다”고 밝히며 공격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에는 이들 표적이 미국의 미사일 공격을 받기 직전 모습(위쪽 사진)과 미사일이 적중해 화염이 치솟는 장면이 나온다. 중부사령부는 “미군은 국제 해상 운송을 방해해 온 이란 정권의 군사력을 약화시키고 있다”고 했다. /미군 중부사령부 X

특히 최근의 유가 급등은 이미 ‘어포더빌리티(affordability·감당할 수 있는 정도의 비용)’ 같은 고물가 논란이 거센 미국 내에서 정권 반대 여론을 높이는 요인이 되고 있다. 10일 미국자동차운전자협회(AAA)에 따르면 미국 주유소의 일반 휘발유 전국 평균 가격은 갤런당 3.53달러(리터당 약 1369원)다. 이는 트럼프 2기 들어 최고치이자 2024년 8월 이후 최근 18개월 내 가장 높은 가격이라고 미 언론들은 보도했다. 11월 중간 선거에 국정 후반부 운영 동력이 달린 트럼프 입장에선 상당한 정치적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트럼프는 그동안 바이든 정부 때 치솟던 유가를 대폭 낮췄다고 자랑해왔다. 이날 이스라엘 언론은 “미국이 이스라엘에 이란 내 정유 시설에 대한 폭격 자제를 요청했다”고 보도했는데, 이 역시 트럼프 행정부가 유가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는 방증이다.

여기에 미군 사상자 증가도 국내외 비판 여론을 고조시키고 있다. 국방부는 이날 대변인 성명을 통해 미군 공식 부상자 수치를 처음으로 제공했다. “10일간의 계속된 공격으로 미군 7명이 사망하고 140명 정도가 부상을 당했으며, 중상자 8명은 최고 수준의 치료를 받고 있다”는 것이다. 중상자 일부는 사망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작전이 계속될수록 사상자는 더 늘어날 수밖에 없어 비판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국방부는 언론의 부상자 규모 보도가 나온 후 뒤늦게 공식수치를 발표해 논란을 키웠다. 워싱턴포스트(WP)는 “국방부가 사전에 미군 부상자 규모를 밝히지 않은 것에 대해 의회 내에서 불만이 커지고 있다”고 했다.

이번 작전에 대한 미국 국민의 지지도는 아프가니스탄·이라크 전쟁 등 다른 대외 군사 개입 사례의 초기 지지율과 비교해 현저하게 낮은 수준이다. 작전 시작 이후 진행된 로이터·입소스 여론조사에선 ‘미군의 이란 공격을 지지한다’는 응답이 27%에 불과했다. 뉴욕타임스(NYT)가 분석한 갤럽 여론조사를 보면 2차 세계대전 당시 진주만이 습격당해 일본에 선전포고한 직후 미국인의 97%가 공격에 찬성했다. 2001년 아프가니스탄 전쟁은 초기 지지율이 92%였고, 2003년 비판 여론이 상당했던 이라크 전쟁도 76%를 얻었다. 군사 작전이 있을 때면 국론이 결집했던 과거와 달리 정치 양극화가 심해지면서 여론 양상이 바뀌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정권에 우호적이었고 지지층 결집에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매가 진영 인플루언서들이 이번 작전에 부정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것도 트럼프 입장에선 상당히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