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미슨 그리어 무역대표부(USTR) 대표. /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9일 “한국이 최근 무역 합의를 통해 약속한 바와 같이 한국 시장에서 디지털 서비스를 제공하는 미국 기업이 불필요한 장벽에 직면하지 않도록 보장하고, 쿠팡 개인 정보 유출 사건에 대한 조사를 차별 없이 수행하도록 한국 정부에 계속 촉구(urge)할 것”이라고 했다. 쿠팡의 미국 내 기관 투자자인 그린오크스·알티미터는 이날 개인 정보 유출 사태가 불거진 쿠팡에 대한 한국 정부의 차별에 대해 무역법 301조 조사를 해달라며 USTR에 제기한 청원을 철회하며 “USTR이 한국 정부에 대한 책임을 묻기로 했고, 이를 위해 한국 시장 내 디지털 분야 불공정 관행 등에 대한 광범위한 301조 조사를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USTR 관계자는 이날 그린오크스 등의 발표와 관련한 본지 질의에 “쿠팡에 투자한 여러 미국 투자자가 개인 정보 유출 사건에 대한 한국 정부의 대응 관련 USTR에 요청한 301조 조사 청원을 철회했다”고 확인하며 이같이 밝혔다. 지난해 11월 한미가 발표한 팩트시트(Fact Sheet·설명 자료)를 보면 ‘디지털 서비스 관련 법률과 정책 면에서 미 기업을 차별하지 않기로 약속한다’고 돼 있다. 이와 관련 USTR 관계자는 “한국이 최근 약속한 바와 같이 미국 디지털 서비스 기업이 한국 시장에서 불필요한 장벽(unnecessary barriers)에 직면하지 않도록 보장하고, 쿠팡 사건에 대한 조사를 차별 없이 수행하도록 촉구할 것”이라고 했다. USTR은 중국·브라질 등에 대한 무역법 301조 조사를 개시했고,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다른 나라를 상대로 하는 조사도 착수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월 쿠팡과 관련해 우리 정부가 차별을 했다며 USTR에 무역법 301조 조사를 개시해달라는 청원을 넣었던 쿠팡의 미국 내 기관 투자자 그린오크스·알티미터는 이날 USTR이 한국 정부의 ‘차별’에 책임을 묻고 한국의 디지털 분야 불공정 무역 관행에 대한 광범위한 무역법 301조 조사를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밝혔기 때문에 중복이 될 수 있어 이를 철회한다고 밝혔다. USTR이 이달 2일 공개한 ’2026 무역 정책 어젠다’에서 “무역법 301조 등을 활용해 불공정하고 차별적인 조치에 대응할 것”이라 밝힌 가운데, 그간 미측이 비관세 장벽으로 지목한 한국의 온라인플랫폼법, 넷플릭스·유튜브 등에 대한 통신망 사용료 부과, 클라우드 보안인증(CSAP) 같은 이슈가 한미 간 테이블에 오를 가능성이 커졌다. 미 조야(朝野)에선 한국 공정위의 조사 관행, 영장 없이도 같은 효과를 내는 임의 제출 등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상당한 편이다.

USTR은 이르면 이달 말 발간해 의회에 제출할 ‘비관세 장벽(NTB)’ 보고서에서 이런 사안을 망라해 공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의회 차원에서도 쿠팡 사태를 계기로 한국에서 사업을 영위하는 자국 기업에 대한 우리 정부의 차별 대우 전반을 들여다보고 있다. 하원 법사위(위원장 짐 조던 공화당 하원 법사위원장)는 지난달 23일 해롤드 로저스 쿠팡 한국법인 임시 대표를 불러 약 7시간 동안 증언을 청취했다. 쿠팡 및 미국 테크 기업이 받는 대우에 관한 집중적인 질의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는데 추후 위원회 차원의 중간 보고서 발표, 공개 청문회, 입법 같은 후속 조치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법사위 측 인사는 “모든 것이 테이블 위에 있다”고 했다. 팀 버쳇 공화당 하원의원은 지난 6일 X(옛 트위터)에서 “한국 정부가 미 기업들을 차별적으로 겨냥하는 것에 진절머리가 난다”며 “미 기업들이 한국에서 제품을 판매할 수 있다면, 우리 기업들도 한국에서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