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 /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공화당 하원의원들이 우리 정부가 미국 클라우드 기업들을 차별하고 있다며 트럼프 정부가 나서서 문제 제기하고 이를 시정할 것을 요구했다. 캐롤 밀러 등 공화당 소속 하원의원 11명은 지난 3일 제이미슨 그리어 무역대표부(USTR) 대표에 서한을 보내 “한국이 미국 클라우드 기업에 가하는 차별적 대우에 대해 시정할 것을 촉구했다”고 5일 밝혔다. 정부의 디지털 전환 정책에 따라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한국의 공공 클라우드 시장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클라우드 보안 인증제(CSAP)’ 등급을 확보해야 하는데, 아마존웹서비스(AWS) 같은 미국 빅테크 기업은 CSAP가 요구하는 조건이 한국 업체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며 오랜 기간 불만을 제기해 왔다.

이들은 “한국의 CSAP가 한국에서 사업을 하는 미국 클라우드 제공 기업에 지속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데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며 “클라우드 서비스는 인공지능(AI)의 핵심적이고 기초적인 기술로, 이 문제는 미국 AI 수출을 확대하려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목표를 저해하는 요인으로 남아있다”고 했다. 한국의 공공 클라우드 시장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CSAP 상 중·상 등급을 확보해야 하는데 물리적 망 분리, 국내 데이터센터 운영, 국내 인력 상주 등을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미국 기업은 이런 조건이 ‘불합리한 차별’이라며 이에 대한 시정을 요구해 왔다. 이런 압박 속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등급제를 폐지하는 대신 공공 클라우드에 대한 보안 검증을 국가정보원으로 일원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의원들은 “전세계 보안을 중시하는 많은 기관이 핵심 데이터 처리에 미 클라우드 기업들을 선택하고 있음에도 (한국의) 현재 시행 방식으로는 미국 기업은 하 등급 인증만 받을 수 있다”며 미 기업들이 공공 시장에서 사실상 배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정원이 추진하는 ‘국가 클라우드 컴퓨팅 보안 지침’에 대해서도 “물리적 망 분리 요건을 유지할 계획”이라며 “미국 기업이 한국 공공부문에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도록 하는 구조를 고착화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공공 클라우드는 KT와 네이버, NHN 등이 핵심 사업자로 시장 대부분을 점유하고 있다. 의원들은 이게 미국 기업이 한국의 디지털 관련 법과 정책에서 차별받지 않을 것을 규정한 무역 합의와 충돌하는 것이라 주장하며 “USTR이 한미 무역 협상에서 CSAP 문제를 제기하고, 물리적 분리 요건 철폐와 미 클라우드 기업이 하 등급을 넘어선 데이터 업무에도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에 중점을 둘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CSAP는 최근 우리 정부가 구글의 오랜 요구에 따라 조건부로 국외 반출을 허용한 1대5000 고정밀 지도 데이터, 정치권 일각에서 넷플릿스 등에 부과를 추진하고 있는 망 사용료 등과 함께 미 빅테크 기업이 요구해 온 대표적인 디지털 분야 ‘비(非)관세 장벽’으로 꼽힌다. USTR은 지난해 발간한 ‘국가별 무역장벽 보고서(NTE)’에서 “CSAP는 한국 공공 시장에 진출하려는 해외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자에 상당한 장벽이 되고 있다” “이 때문에 미국 기업이 한국 시장에서 제외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정부 입장에서는 공공 클라우드 보안을 관리하면서도 미국의 관세 압박 속 시장 개방성 확대 사이의 균형을 찾아야 하는 어려운 상황에 부닥쳐 있다. 트럼프 정부는 자국 빅테크 기업에 대한 외국 정부 규제에 극도로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데, 현재 USTR에는 개인정보 유출이 벌어진 쿠팡과 관련해 우리 정부의 ‘차별적 대우’가 있었고 이에 따른 무역법 301조 조사를 개시해달라는 청원이 접수돼 있는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