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이라크 국경지대에서 활동하는 쿠르드족 전투원 수천명이 4일(현지시각) 미국과의 교감 아래 이란으로 진입해 지상 작전을 시작하고, 이란은 이라크 쿠르디스탄 자치구에 위치한 쿠르드족 단체 본부를 미사일로 타격한 것으로 전해졌다. 동시에 이스라엘은 이란을 도와 자국을 공격 중인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와의 전투에 지상군을 동원했다고 밝혔다. 전날 미군은 2차 대전 이후 80여년만에 처음으로 어뢰를 발사해 이란 군함을 침몰시키는 등 이란 해군 주요 전력 무력화에 나섰고, 미 국방부는 “며칠 내로 이란의 상공을 완전히 장악해, 원거리 타격에서 합동정밀직격탄(JDAM) 등을 활용한 ‘근거리 정밀 타격’으로 전환할 것”이라고 했다. 지난달 28일 미·이스라엘이 이란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 참수작전을 실시한 이후 육·해·공을 아우르는 전면적 압박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행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란 지도부는 빠르게 무너지고 있다. 지도자가 되려는 사람은 누구든지 결국 죽음을 맞게 된다”고 했다.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도 브리핑에서 “더 많은 병력과 화력이 도착하고 있다. 성공을 보장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시간을 할애할 것”이라고 했다
쿠르디스탄자유당(PAK) 관계자는 5일 AP 통신에 “미국이 우리에게 지원을 요청했다”면서 미 당국과 지상 작전 관련해 접촉했다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트럼프가 쿠르드족과 접촉해 이란 체제 전복 차원에서 무장 세력에 무기, 군사 훈련, 정보 등을 지원하는 것을 고려했다고 보도했다. 대규모 지상군 투입을 꺼리는 트럼프 행정부가 이란 정권을 내부에서 흔들기 위해 쿠르드족 손을 빌리려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이런 계획은 부인하면서도 “대통령이 쿠르드족 지도자들과 실제로 통화를 했다”고 말했다.
◇ 트럼프 “이란 지도자 되려는 사람은 죽는다”… 육·해·공 파상공세
이에 앞서 미 해군 고속 공격형 잠수함은 4일 오전 인도양 스리랑카 인근에서 마크48 중어뢰를 발사해 이란 해군 호위함 ‘아이리스 데나’함을 격침시켰다면서 관련 사진도 공개했다. 180명의 탑승 인원중 87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 해군이 어뢰를 발사해 적함을 격침시킨 것은 2차대전 막바지인 1945년 8월 14일이 마지막 사례다.
헤그세스 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며칠내 아무런 저지 없는 공중 장악(uncontested airspace)을 통해 하루 종일 하늘에서 죽음과 파괴를 가할 것”이라고 했다. 이란 방공망을 완전히 무력화한뒤 B-2, B-52, B-1 폭격기, 공격 드론 등을 총 동원한 공격을 펼치겠다는 것이다. 중동을 관할하는 미 중부사령부(CENTCOM)는 이날까지 2000개가 넘는 표적을 타격하고 잠수함 1척을 포함해 20척 이상의 이란 해군 함정을 격침했다고 밝혔다. 댄 케인 합참의장은 “향후 24~48시간 동안 계속해서 이란 인프라와 해군 전력을 타격할 것”이라고 했다. 이스라엘군도 이날 전투기 100여대로 테헤란 군시설에 250여발의 미사일을 발사했다고 밝혔다.
미국은 개전 초기와 달리 중·장기전도 배제하지 않는 모습이다. 미국의 무기 비축량이 장기전을 하기에는 부족하다는 일각의 우려에 대해 백악관은 “군수품과 탄약, 무기 비축량과 관련해 미국은 ‘장대한 분노’ 작전을 성공적으로 수행할 뿐 아니라 훨씬 더 나아가기에 충분한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며 “우리는 전 세계 사람들이 존재조차 모르는 장소에 무기 비축량을 갖고 있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전황과 관련해 “누군가 10점 만점에 몇 점이라 평가하겠냐고 묻는다면 15점 정도라 답하겠다”며 “미친 사람들이 핵무기를 가지면 나쁜 일이 발생한다. 그들의 미사일과 발사대는 급속히 제거되고 있다. 우리는 계속 잘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날 전·현직 이스라엘 당국자들을 인용해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 신정(神政) 체제와 이를 수호하는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의 완전한 해체를 목표로 향후 수 주 동안 대규모 공격을 준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군 고위 당국자는 현재 충돌은 세 번째 단계에 돌입했다며 첫 번째 단계는 테헤란의 이란 지도부를 겨냥한 초기 공습이었고, 두 번째 단계는 약 100시간에 걸쳐 탄도 미사일, 드론, 방공 능력을 파괴하는 데 집중한 작전이었다고 했다. FT는 그러면서 텔아비브의 한 이란 전문가를 인용해 “미·이스라엘의 최종 목표는 현재 이란 정권의 완전한 파괴로 여기에는 혁명수비대, 민병대를 포함한 이란의 군사 역량이 포함된다”고 했다. 이스라엘은 지난해 6월 이란과의 ’12일 전쟁' 때보다 더 많은 병력을 투입하며 공격 규모를 확대하고 있는데, 전쟁 계획에 정통한 전 고위 관료는 “해야 할 일이 많고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했다.
한편 5일 이란이 발사한 드론이 옛 소련권 국가 아제르바이잔 나흐츠반 지역을 타격해 민간인 두 명이 다쳤다. 아제르바이잔은 이란처럼 인구 대다수가 이슬람 시아파지만 이스라엘의 석유 공급처 역할을 해왔다. 이란의 보복 범위가 중동을 넘어 전방위로 확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