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의회 산하 독립기구인 국제종교자유위원회(USCIRF)는 4일 공개한 연례보고서에서 북한을 세계 최악의 종교자유 침해국 중 하나로 지목하며, 미 국무부에 ‘특별우려국(CPC)’으로 재지정할 것을 권고했다. 북한 교도소와 노동 수용소에 약 8~12만명의 수감자가 있는 가운데 이들 중 상당수가 기독교인이고, 북한이 10년 넘게 한국 국적의 선교사 김정욱·최춘길·김국기씨를 구금하고 있는 점도 언급했다. 위원회는 미 정부가 표적·다자(多者) 제재를 적절히 시행하고, 국무부 내 북한인권특사 자리를 상시 유지해 북한 내 ‘종교의 자유’ 증진을 최우선 과제로 삼을 것을 권고했다.
1998년 국제종교자유법 제정에 따라 미 의회 산하 독립기구로 출범한 위원회는 전 세계 종교 자유를 감시하고 침해 국가를 특별우려국으로 지정하도록 국무부에 권고하는 초당적 자문 기구다. 이 기구는 북한, 중국, 러시아 등 주요 종교 탄압국에 대한 연례 보고서를 발간해 정책을 제안한다. 보고서는 북한 내 조직적인 종교 활동이 완전히 사라진 상태라 평가하며 국가보위성 방첩 부서가 종교 활동을 ‘반국가 범죄’로 규정해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2021년 청소년교육보장법이 시행된 이후 국경 지역, 청소년층을 중심으로 탄압이 심화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북한 지배 이데올리기인 ‘김일성·김정일주의’가 종교를 “김씨 정권에 대한 실존적 위협으로 간주한다”며 “개신교 기독교인은 제국주의 세력의 협력자이자 민족과 혁명의 적(敵)으로 간주된다”고 했다. 성경 소지나 선교사 접촉만으로도 고문, 강제노동, 투옥, 처형 등 가혹한 처벌을 받을 수 있다고 한다. 그럼에도 북한 내 ‘지하 기독교인’ 숫자가 “최대 40만명에 달했다”고 했다. 현재 한국인 선교사 3명이 10년 넘게 북한에 억류된 채 여전히 수감된 상태인데, 보고서는 중국 당국이 첨단 감시 기술을 활용해 탈북민 지원 네트워크를 추적하고 북송(北送)된 탈북자가 중국 내에서 종교단체와 접촉한 사실을 북한 당국에 보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밝혔다.
이번 보고서에는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대북 유화 기조 속 통일부가 납북자 대응팀을 해체하고 연례 북한인권보고서 발간을 중단해 “북한 인권 지원에 미칠 영향과 관련해 시민사회단체들의 우려를 불러일으켰다”는 점도 언급됐다. 정부는 2016년 북한인권법 제정 이후 2018년부터 북한인권 실태를 기록하기 위해 보고서를 발간해 2023년부터 대중에 공개했지만, 지난해 비공개를 넘어 아예 보고서 자체를 제작하지 않기로 했다. 또 장관 직속으로 있던 ‘납북자 대책팀’의 기능을 사회문화렵력국 내 이산가족납북과로 통합하며 사실상 해체했다. 정동영 장관은 북한이탈주민을 지칭하는 용어를 기존 탈북민에서 ‘북향민’으로 변경하겠다는 입장을 갖고 있어 국제사회와 대북 인권 단체들의 질타를 받고 있다.
보고서는 미 정부에는 북한의 특별우려국 재지정과 함께 재무부의 표적 제재 부과, 국무부 내 북한인권특사직 유지 및 충원, 탈북민 강제 송환 중단을 위한 대(對)중국 외교적 압박 등을 촉구했다. 또 의회에는 2022년 실효된 북한인권법 재승인 입법을 추진할 것을 권고했다. 앞서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은 지난해 4월 한·미·일 외교장관 회의에서 북한의 인권 침해에 대해 공동 대응하기로 합의했고, 의회에는 북한인권법 재승인 법안이 제출돼 계류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