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북핵 수석대표인 정연두 외교부 외교전략정보본부장은 26일 “미국이 북한과 전제 조건 없는 대화에 열린 입장에 변함이 없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다만 미·북 대화와 관련해 사전 실무 접촉 움직임은 특별히 파악된 것이 없고, 미국도 준비된 것이 없다고 우리 정부는 파악하고 있다. 김정은이 최근 북한 9차 당 대회에서 북한의 ‘핵 보유국’ 지위 인정과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 같은 조건을 내걸어 미국과의 대화 가능성을 시사한 가운데, 백악관은 이날 “미국의 대북 정책에 변함이 없다”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1기 때와 마찬가지로 북한과의 전제 조건 없는 대화에 열려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 본부장은 이날 오후 워싱턴 DC의 주미 한국대사관에서 열린 특파원 간담회에서 취임 후 첫 방미(訪美) 계기 앨리슨 후커 국무부 정무 담당 차관, 토마스 디나노 군비통제·국제안보 담당 차관, 마이클 디솜브레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 등 주요 인사들과 만나 “한반도 정세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고, 한미 팩트시트에 기초한 한반도 관련 현안에 대해 폭넓게 논의했다”고 했다. 이어 “우리 측은 페이스메이커로서 북·미 대화 조기 성사를 계속 지원하고, 남북 간 긴장 완화 및 신뢰 구축을 위한 노력도 장기적 시각을 갖고 지속 추진해 나갈 예정이라 설명했다”며 “한미 양국은 앞으로도 각급에서 수시로 소통하며 공조를 유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외교가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3월 말 중국 방문을 계기로 미·북 간 대화가 성사될 수 있다는 전망이 있지만, 뚜렷한 움직임이 잡힌 것은 없는 상황이다. 트럼프는 북한을 ‘핵 보유 세력(nuclear power)’이라 부르고 김정은과 여러 차례 친분도 과시했는데, 정부 당국자는 “미국이 비핵화 정책까지 바꿔가며 다른 대접을 하고, 북한과 만나겠다는 인상을 받지는 못했다”고 했다. 다만 트럼프 결심에 따라 미·북 대화가 ‘톱다운(top down·하향식)‘으로 급물살을 타게 될 가능성은 있다. 이재명 정부가 대북 대화에 드라이브를 거는 과정에서 한미는 최근 9·19 군사 합의 복원, 한미 연합 훈련과 실기동·야외 훈련 규모, 통일부 장관의 비무장지대(DMZ) 출입 승인 권한 등을 놓고 크고 작은 이견을 외부에 노출하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이에 대해 “(미국 측으로부터) 9·19 합의 등 특별한 이슈에 대한 문제 제기는 없었다”며 “한미가 동맹의 정신 아래 여러 협조를 지속해 나가자는 일반적인 얘기가 있었다”고 했다.
트럼프 정부 들어 백악관과 국무부 등이 북한 핵·미사일 문제와 관련해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추구한다(complete denuclearization of DPRK)”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는 반면, 우리 정부는 ‘북한 비핵화’와 ‘한반도 비핵화’를 혼용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에선 당시 야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우리 정부의 공식 입장은 ‘한반도 비핵화’”라며 한미가 ‘북한 비핵화’란 표현을 사용하는 것을 문제 삼기도 했다. ‘북한 비핵화’란 표현은 국제 사회에 한국의 핵무장을 허용할 수 있는 것처럼 인식될 수 있다는 것이 현 외교·안보 라인과 여권 인사들의 주요한 시각이다. 이와 관련 정부 당국자는 “여러 표현이 있지만 우리는 같은 개념이라 이해하고 쓰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