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주요 교역국에 부과한 상호 관세에 대해 미국 연방대법원이 지난 20일 위법하다 판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곧바로 기자회견을 열고 새로운 ‘대안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방침을 밝혔지만, 관세 정책을 둘러싼 불확실성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같은날 트럼프가 기자회견에서 질문 받을 기자를 지목하는 모습./UPI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연방대법원으로부터 위법 판결을 받은 상호관세를 대체하기 위해 전 세계에 15%의 ‘대안 관세’를 부과했다. 미국발(發) 관세 변수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다시 커지면서 세계 경제는 물론 한국은 상당한 부담을 안게 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 정부는 지난해 지난한 협상을 통해 상호 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고 그 반대급부로 3500억 달러 대미(對美) 투자를 하는 합의를 이뤄 팩트시트까지 발표한 상태다. 정부는 이번 판결로 상호관세가 사실상 ‘무효’가 됐지만 이미 체결한 한미 무역협정은 예정대로 이행한다는 입장이다.

미 연방대법원은 20일(현지시각) 트럼프가 1977년 제정된 비상경제권한법(IEEPA)을 근거로 지난해 주요 교역국에 부과한 상호 관세가 대통령 권한을 넘어선 조치라고 6대3 의견으로 판단했다. 이에 반발한 트럼프는 즉각 “전보다 더 많은 돈을 거둬들이기 위해 모든 일을 할 것”이라며 24일부터 모든 국가에 10% 글로벌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하루 뒤인 21일에는 ‘트루스 소셜’에서 이를 다시 15%로 올리겠다고 밝혔다. 미 무역대표부(USTR)는 외국 정부의 차별적인 관행에 맞서 관세를 부과할 수 있게 한 무역법 301조에 따른 조사를 개시하는 등 대체 수단 마련에 나섰다.

반도체, 자동차·부품, 철강 같은 한국의 대미 주요 수출 품목은 상호 관세가 아닌 무역법 232조 등에 따른 품목별 관세 대상이라 이번 판결이 전체 수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번 판결로 수세에 몰린 트럼프가 무역 적자 폭이 큰 한국 등을 상대로 예상치 못한 강수를 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백악관은 “미국은 법적 구속력이 있는 상호 무역 협정을 계속 준수할 것”이라며 “우리의 파트너들이 무역 협정을 이행할 것을 기대한다”고 했다.

청와대는 21일 관계부처 합동회의를 열고 대책 마련에 나섰고, 당정청은 22일 비공개 관세 관련 통상현안 점검회의를 개최했다. 우리 정부는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는 계획대로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