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은 20일 “시장에서 SK하이닉스의 올해 예상 영업이익이 1000억 달러(약 144조8500억원)가 넘을 수도 있다고 보는데 정말 좋은 소식처럼 들리지만 이는 1000억 달러의 손실이 될 수도 있다”며 “전환기에 인공지능(AI)이 모든 것을 집어삼키고 있고 변동성이 매우 크다. 신기술이 하나의 해결책일 수도 있지만 모든 것을 없앨 수도 있다”고 했다. 최 회장은 이날 자신이 이사장으로 있는 최종현학술원이 워싱턴 DC에서 주최한 ‘트랜스퍼시픽 다이얼로그(TPD)’ 행사에 참석해 “상황이 시시각각 계속 변하고 있어 1년짜리 계획조차 의미가 없다” “우리가 해법을 갖고 있는지 저도 잘 모르겠지만, 돈과 자원을 가진 이들이 AI 솔루션을 손에 넣고 AI 경쟁의 선두 주자가 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AI 확산이 전 세계 반도체 시장의 판도를 바꾸고 있는 가운데,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 증가와 범용 D램 판매 호조 등을 바탕으로 SK하이닉스는 지난해 매출 약 79조원, 영업이익 47조원을 기록하면서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시가총액도 690조원으로 수직 상승하며 삼성전자와 함께 코스피 5000시대를 견인했는데, 최 회장은 이와 관련 “올해 영업이익이 500억 달러 이상이 될 것이라는 게 (작년) 12월의 전망이었고, 새로운 예상치는 1000억 달러가 넘을 수 있다고 한다”며 “좋은 소식처럼 들리지만 변동성이 매우 크다. 신기술은 하나의 다른 해결책일 수도 있지만 또한 모든 것을 없앨 수도 있다”고 했다. 이날 기자들과 만나서도 “더 이상 3년, 5년 후라는 것은 의미가 없어지는 상황이고 1년이라는 시간도 연초와 연말은 너무 큰 변화가 있다”고 했다.
최 회장은 “가장 진보된 기술을 사용하는 HBM 같은 ‘괴물 칩(monster chip)’을 만들어야 하고, 이런 몬스터 칩이야 말로 우리 회사에 진짜 큰돈을 벌어다 주는 제품”이라면서도 AI 인프라가 메모리를 전부 빨아들이면서 범용 메모리의 마진이 HBM의 그것보다 높은 ‘왜곡(distortion)’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고 했다. 또 에너지 측면에서는 “AI가 우리가 필요로하는 에너지, 전기를 사실상 다 집어삼키고 있다”며 “AI가 인류에게 좋은 일을 할 수는 있지만 전력 수요를 제대로 맞추지 못하면 사회 전체에 큰 도전이 될 것”이라고 했다. “데이터센터 하나를 짓는 데 거의 500억 달러가 든다” “미국이 AI 데이터센터 용량으로 100기가 와트 정도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는데, 에너지 비용을 제외하고 센터 인프라에만 5조 달러가 필요하다는 뜻” “우리가 해법을 갖고 있는지는 저도 잘 모르겠다”며 에너지와 환경, 금융 문제에 대한 어려움도 토로했다.
최 회장은 이날 “AI 데이터센터와 발전소를 함께 짓는 새로운 솔루션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는데, 이와 관련 “데이터센터를 짓더라도 (센터를) 더 효율적으로 쓸 수 있는 미래에 들어갈 여러 가지 기술들이 많다”며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연구개발(R&D) 등에 자원을 집중할 것이란 취지로 얘기했다. 트럼프 정부도 AI 첨단 산업을 뒷받침하기 위한 에너지 인프라 구축에 역점을 두고 있는데, 최 회장은 에너지 분야 신규 대미(對美) 투자 계획을 묻는 질문에는 “그동안 다 하고 있었고 더 많이 해야 되나랴고 묻는 그런 상황”이라며 “AI의 변화는 몇 개월 (단위로) 돌고 있는데 에너지 계획을 하려면 대개 5년 안에 할 수 있는 일이 그렇게 많지 않다. 데이터센터 하나에 발전소 1기가와트짜리를 매칭해줘야만 되는 상황으로 온 것 같다”고 했다. 이날 연방대법원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 관세 부과를 위법으로 판결한 것에 대해서는 “판결문을 보고 나중에 말씀드릴 수 있는지 보겠다”고 했다.
최종현학술원이 주최하는 TPD는 한·미·일 전·현직 고위 관료와 세계적 석학, 싱크탱크, 재계 인사들이 모여 국제 현안을 논의하는 플랫폼으로 2021년 시작돼 올해 5회째를 맞았다. 최 회장은 “지금 우리가 맞이한 변화는 단순한 도전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생존을 좌우하는 구조적인 현실”이라며 “이 전환기에 한·미·일 3국이 어떻게 협력하느냐가 앞으로의 질서를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