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부부를 원숭이에 빗댄 영상을 소셜미디어에 올렸다가 삭제한 것과 관련해, 오바마가 “해답은 결국 미국 국민으로부터 나올 것”이라며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14일 미국 CBS 방송에 따르면 오바마는 이날 공개된 팟캐스트 인터뷰에서 트럼프의 이 같은 게시물 논란에 대한 질문을 받고, 특정 인물을 직접 거론하지 않은 채 “나는 전국을 다니며 여전히 품위와 예의, 친절을 믿는 많은 미국인을 만났다”며 “미국 국민이 이런 방식의 담론을 지지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결국 해답은 미국 국민으로부터 나올 것(The answer is going to come from the American people)”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의 행동을 정면으로 비판하기보다는, 민주적 규범을 따르는 국민의 판단을 강조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지적한 것으로 해석됐다.
앞서 트럼프는 지난 5일 자신의 소셜미디어 계정에 오바마 부부 얼굴을 원숭이 몸에 합성한 장면이 포함된 영상 게시물을 올렸다. 약 1분 분량의 영상은 트럼프가 낙선한 2020년 대선이 부정선거였다는 주장을 담고 있으며, 말미에 오바마 부부가 원숭이로 묘사된 모습이 나왔다. 해당 영상에는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등 다른 민주당 인사들도 동물로 표현됐지만, 원숭이로 묘사된 인물은 오바마 부부뿐이었다.
흑인을 원숭이에 빗대는 표현은 19세기 서구 제국주의 팽창과 함께 우생학과 인종주의 이론에서 비롯된 대표적인 인종차별 코드인데 백인은 우월한 존재로, 흑인은 유인원에 가까운 열등한 존재로 묘사해 노예제와 식민 지배 등을 정당화하는 데 동원됐다. 이러한 역사적 맥락 때문에 현대 사회에서도 노골적이고 공격적인 인종차별 언행으로 간주된다.
논란이 확산되자 트럼프는 게시 약 12시간 만에 해당 영상을 삭제했다. 그는 이후 기자들의 관련 질문에 “나는 (영상) 앞부분만 보고 (소셜미디어 관리 직원에게) 넘겼는데, 아무도 끝까지 보지 않고 게시한 것 같다. 우린 그걸 알자마자 내렸다”고 해명했다.
한편 오바마는 CBS 인터뷰에서 최근 미네소타주(州)에서 벌어진 이민세관단속국(ICE)의 불법 체류자 단속 작전과 이 과정에서 발생한 총격 사건을 언급하며, 정부 권력의 행사 방식과 사회적 분열에 대한 우려도 나타냈다. 그는 “연방 정부 요원들의 일탈적 행동(rogue behavior)은 매우 우려스럽고 위험하다”며 “이것은 우리가 믿는 미국이 아니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