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이란 최고 지도자 알리 하메네이. /조선일보DB

미국 군 당국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명령이 내려질 경우 이란을 상대로 몇 주간 이어질 수 있는 군사 작전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핵(核)시설뿐 아니라 이란 정부 및 안보 기관까지 공격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중동 지역 전역으로 전쟁이 확산될 가능성이 현실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4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군은 트럼프 대통령이 군사 행동을 승인할 경우 단기간 공습에 그치지 않고 몇 주간 지속되는 군사 작전을 수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익명을 요구한 미국 당국자들은 이번 계획이 과거보다 훨씬 고도화되고 광범위한 수준으로, 양국 간 충돌이 장기화할 가능성을 전제로 마련되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미국은 중동 지역에 에이브러햄 링컨 항공모함 전단을 비롯해 대규모 병력과 전투기, 유도미사일 구축함 등 공격 및 방어 능력을 갖춘 전력을 증강 배치한 상태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중동에 두 번째 항공모함을 곧 보낼 예정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는 공군과 해군을 중심으로 한 정밀 타격 능력을 확보해 ‘군사적 압박’을 최고조로 끌어올리는 동시에, 이란의 보복 공격에도 대비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지난 14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서 이란 교민들이 '자유로운 이란'을 위한 시위를 하고 있다. 한 시위 참가자가 "자유의 투사 트럼프 대통령, 이란을 도와주세요"라고 적힌 팻말을 들고 있다. /AFP 연합뉴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공개 석상에서 이란 정권 교체 가능성을 거론하며 군사 행동 가능성을 거듭 시사했다. 그는 “이란에 변화가 일어나는 것이 최선일 수 있다”고 언급하면서도 구체적인 계획에 대해서는 언급을 자제했다. 백악관 역시 “이란과 관련해 모든 선택지가 테이블 위에 있다”고 밝혀 군사 옵션을 배제하지 않고 있음을 분명히 했다.

다만 미국은 군사적 압박과 함께 외교적 해법도 병행하는 이른바 ‘투트랙(two-track)’ 전략을 쓰고 있다. 미 특사 스티브 위트코프와 트럼프의 사위 재러드 쿠슈너는 오는 17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이란 측과 협상을 진행할 예정이며, 오만이 중재 역할을 맡을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도 “나는 우리가 (이란과) 합의를 할 수 있을지 정말 보고 싶다”면서 “이란은 협상하기 어려운 상대였다. 지난번에 나는 합의가 될 줄 알았고, 그들도 그러기를 바랐지만 우리가 한 일은 ‘한밤의 망치(Midnight Hammer·작년 6월 미군의 이란 핵시설 공습 작전명)’ 작전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군사 계획의 범위가 작년 핵시설 타격을 넘어설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해지면서 우려는 커지고 있다. 미 당국자는 작전이 장기간 시행될 경우 이란의 국가 및 안보 관련 시설도 공격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는 이란의 핵·군사 역량을 넘어 아예 정권의 통치 기반 자체를 무력화시키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문제는 이란의 보복 능력이다. 이란은 중동 지역 내 미군 기지를 타격할 수 있는 상당한 규모의 미사일 전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혁명수비대는 자국이 공격받을 경우 강력히 대응하겠다고 경고한 바 있다. 현재 미국은 요르단, 쿠웨이트, 카타르, 바레인, 아랍에미리트, 사우디아라비아, 튀르키예 등 중동 전역에 군사기지를 운영하고 있는데, 이곳은 모두 이란의 잠재적 표적이 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군사 충돌이 현실화할 경우 양측 간 보복이 반복돼 충돌이 격화되는 ‘확전의 악순환’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가장 우려한다. 특히 이란이 직접 대응에 나설 경우, 이스라엘 등 인근 국가들까지 분쟁에 휘말리면서 중동 전역으로 충돌이 번질 위험이 크다는 분석이다.

국내외 이란 반(反)정부 세력 일부는 미국의 군사 개입이 정권 붕괴를 촉진할 수 있다며 공개적으로 지지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란 팔레비 왕정의 마지막 왕세자였던 레자 팔레비는 이날 뮌헨안보회의(MSC) 현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제 이슬람공화국을 끝낼 때”라며 “정권을 고치자는 것이 아니라 정권을 완전히 무너뜨려달라는 것이 동포들의 요구”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실제 군사 행동은 지역 안보 환경에 심대한 충격을 가져올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론도 적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