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상무부 산업보안국(BIS)은 중국에 미국산 반도체 제조 장비를 불법으로 수출한 것과 관련해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즈(AMAT)’과 이 회사의 한국 자회사인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즈 코리아(AMK)’에 2억5000만 달러(약 3600억원)의 벌금을 부과하기로 합의했다고 11일 밝혔다. 캘리포니아주(州)에 본사를 둔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즈는 세계적인 반도체·첨단 산업 장비 회사로, 국내에도 진출해 있다. 벌금은 지금까지 BIS가 부과한 것 중 두 번째로 많은 금액이다.
BIS에 따르면 AMAT은 중국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업체인 SMIC에 반도체 제조 장비인 이온 주입 장비를 수출해 왔는데, SMIC는 2020년부터 상무부의 수출 통제 명단에 등재됐다. 그러나 AMAT는 2021~2022년 이 장비를 한국에 있는 AMK에 보내 조립한 뒤 중국으로 수출을 하면서도 의무적으로 거쳐야 하는 정부 허가를 받지 않아 수출 통제 규정을 56차례 위반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수출 통제 규정은 다른 나라를 경유해 다시 수출하는 때도 적용된다. AMAT·AMK 두 회사가 이런 방식으로 중국에 불법 수출한 장비의 가치는 약 1억2600만 달러라고 한다.
미국은 첨단 반도체 기술이 중국에 넘어가지 않도록 미국산 반도체와 제조 장비에 대한 수출을 엄격히 통제하고 있다. 바이든 정부 때는 한국·일본·네덜란드 등 주요 반도체 장비 제조국에도 여기에 동참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BIS는 이번 합의에 따라 AMAT이 자사 수출 통제 준수 프로그램을 감시하기로 했으며, 불법 수출에 책임이 있는 직업과 고위 경영진이 더 이상 고용되지 않고 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현재 한국에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을 고객으로 두고 있는 반도체 장비 회사들이 여럿 진출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