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주당 소속 에드 마키·제프 머클리·크리스 밴 홀런·론 와이든 상원의원 4명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내 “한국에 가능한 한 강력한 핵 비확산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촉구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1월 발표된 팩트시트(fact sheet·공동 설명 자료)를 보면 미국이 평화적 목적을 위한 한국의 민간 우라늄 농축과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 절차를 지지한다는 내용이 담겼는데, 이게 “농축 및 재처리 기술이 핵무기용 물질 생산에 악용될 위험을 차단해 온 미국의 오랜 양당(공화·민주) 정책을 뒤집는다”는 것이다. 두 가지 모두 의회 설득을 포함해 지난한 협의 과정을 필요로 하는 과제들이다.
의회 내 초당적 모임인 ‘핵무기·군비 통제 워킹그룹’ 소속인 이들은 지난달 30일 트럼프에 발송한 서한에서 “한국의 복잡한 핵무기 역사와 그 역사 속 대통령 귀하의 역할은 이번 정책 전환을 특히 우려스럽게 만든다”며 이같이 밝혔다. 우리 정부의 숙원이라 할 수 있는 핵연료 재처리, 농축 허용 등에 대해 트럼프가 역대 미 대통령들과 달리 전향적인 입장을 밝혔지만 에너지부(DOE)·국무부 등 미 조야(朝野)에는 여기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팽배해 있다. 이들 의원은 “한국이 1970년대부터 핵무기 관심을 가졌고, 2024년에는 바이든 정부가 에너지 ‘민감 국가’로도 지정했다”고 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재임 중 한국의 핵 보유를 시사하는 듯한 발언을 한 것도 지적됐다.
이들은 “한국에 잠재적 핵 능력을 제공하는 것이 미국의 비확산 노력에도 타격을 줄 것”이라며 “정부는 모든 핵 협력 협정에 가장 강력한 보호 조치를 적용해 (한국의) 농축 및 재처리 활동을 금지해야 한다”고 했다. 한국은 원전 5대 강국이지만 핵 물질과 관련해 많은 제약을 받고 있다. 2015년 개정된 한미 원자력 협정은 한국의 사용 후 핵연료에 대한 재처리를 막고 있다. 다 쓴 핵연료가 2030년 이후엔 원전 내 저장 시설 포화로 보관이 불가능해지기 때문에 재처리 권한은 시급하다. 핵폭탄과 무관한 20% 미만 우라늄 농축도 미국 동의가 없으면 할 수 없다.
미 상원의원들의 이런 입장 표명은 한미 정상이 팩트시트에서 합의한 (한국의) 원자력 추진 잠수함 건조,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 및 우라늄 농축 등에 관한 후속 조치가 지지부진한 가운데 나온 것이다. 안보실이 태스크포스(TF)를 띄우고 외교부 주도로 범정부 협력을 위한 원자력 TF까지 출범했지만, 트럼프가 최근 대미투자특별법 처리를 문제 삼아 관세를 15%에서 25%로 10%포인트 인상하기로 하면서 이게 안보 분야 합의에까지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는 모양새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본지에 “경제 분야 관세 협상과 안보 협상은 한미 간 합의를 떠받치는 두 개의 큰 축”이라며 “하나가 흔들려 사달이 났고 다른 쪽으로 번지는 기류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