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4일 방위·첨단 산업에서 필수적인 핵심광물의 공급망을 다변화하기 위해 무역 블록 결성을 공식화하고 한국 등 우방·파트너국에 참여를 공식 요청했다. 트럼프 정부는 지난해 중국과의 관세 전쟁 이후 희토류 같은 핵심광물의 대(對)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공급망 다변화에 자원을 투사하고 있다. ‘포지(Forge) 이니셔티브’라 명명(命名)된 이번 계획에 이미 일본·호주 등 주요국이 서명했고, 우리 정부도 제안을 받아 참여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J D 밴스 부통령은 이날 “한국이 이전까지 해온 선도적인 역할에 대해 감사드린다”고 했다.
밴스는 이날 오전 워싱턴 DC의 국무부 청사에서 열린 핵심광물 장관 회의에서 “지난 1년간 우리 경제가 핵심광물에 얼마나 크게 의존하고 있는지를 많은 이들이 뼈저리게 알게 됐다” “미사일 방어 체계, 에너지 인프라, 첨단 제조업 등을 떠받치고 있는 핵심 공급망이 어느 날 눈 깜짝할 사이에 사라질 수 있다”며 블록 결성 취지를 밝혔다. 그는 “오늘날 핵심광물과 관련한 국제 시장은 제대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며 “공급망은 여전히 취약하고 극도로 집중돼 있다. 가격을 더 예측 가능하게 만들고 변동성을 줄이자”고 했다. 이번 이니셔티브의 기본 목표는 ‘핵심광물 시장의 글로벌 공급망 다각화’라고 밴스는 전했다. 이날 현장에는 조현 외교부 장관을 비롯해 일본·호주·인도 등의 장관급 인사들이 참석했다.
밴스는 “우리는 모두 같은 방향으로 노를 젓고 있는 같은 팀”이라며 “동맹 및 파트너 국가 간 무역 블록이 형성되기를 원한다”고 했다. 이어 “실효성 있는 가격 하한선을 통해 외부 교란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는 핵심광물 우대 무역 구역”이라며 “생산 단계별로 핵심광물의 기준 가격을 설정해 현실 세계의 공정한 시장 가치를 반영한 가격 체계를 만들 것”이라고 했다. 특정 국가를 지칭하지는 않았지만 중국이 핵심광물을 낮은 가격으로 공급해 시장 장악력을 높이고 수출 통제 등으로 이를 무기화하는 것을 차단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밴스는 이날 한국이 핵심광물안보파트너십(MSP) 회원국으로 무역 블록 출범 이전까지 공백을 메워왔다며 “한국에 감사드린다” “선도적 역할을 해왔기 때문”이라고 했다. 윤석열 정부는 미국이 중국 견제를 위해 띄운 MSP에 지난 2022년 6월 가입했고, 2024년엔 의장국을 수임(受任)했다.
전날에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120억 달러(약 17조원)를 투입해 핵심광물을 전략 비축하는 민관 합동 ‘프로젝트 볼트(Vault)’를 발표했는데, 트럼프 정부의 이런 행보는 지난해 무역 갈등 과정에서 희토류 같은 핵심광물의 수출 통제에 나섰던 중국을 겨냥한 측면이 크다.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포지 이니셔티브에 “협력 관계를 맺고자 하는 55개 파트너 국가가 있고 이미 다수가 (참여 협정에) 서명했다”고 했다. 일본, 호주, 사우디아라비아, 태국 등이 프레임워크에 서명했고 한국은 아직 서명하지 않은 채 참여 가능성을 두고 검토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은 국무부가 지난해 12월 출범시킨 인공지능(AI)·반도체 핵심광물 협력체인 ‘팍스 실리카’엔 가입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