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스 윌리엄스 미 해군 예비역 대령. /조선일보DB

6·25전쟁 당시 홀로 소련 미그기 4대를 격추하는 전설적인 무공(武功)을 세웠지만 오랜 기간 비밀에 부쳐져 최고 무공 훈장을 받지 못한 비운의 노병(老兵)인 로이스 윌리엄스(101) 미 예비역 해군 대령이 74년 만에 명예 훈장을 받게 됐다. 캘리포니아주(州)가 지역구인 대럴 아이사 공화당 하원의원은 이날 X(옛 트위터)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제 친구이자 지역구 주민인 100세가 (넘은) 영웅 윌리엄스에게 명예 무공 훈장을 수여 한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며 “‘잊혀진 전쟁(6·25)‘의 숨겨진 영웅인 윌리엄스의 활약은 모든 미국인이 알아야 할, 시대를 초월하는 불굴의 용기에 관한 이야기”라고 했다.

윌리엄스는 형과 함께 형제가 해군 장교로 6·25 전쟁에 참전했다. 1952년 11월 적(敵) 시설물 폭격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전투기 F9F 팬서를 몰고 함경북도 회령 상공으로 날아갔는데, 소련군도 블라디보스토크 인근 기지에서 당시 최신식 전투기였던 미그-15 7대를 띄웠다. 윌리엄스는 아군 전투기들이 연료 이상 등으로 귀환한 가운데 상공에서 적기들에 홀로 둘러싸였는데, 약 35분 동안 벌어진 공중전에서 미그기 4대를 격추했다. 그는 훗날 “이 시간이 영원처럼 느껴졌다”고 회고했다. 귀환한 윌리엄스의 전투기에는 구멍이 263곳 뚫렸고, 60cm 흠집까지 났지만 그가 입은 상처는 격렬한 움직임으로 전투복이 쏠리면서 목 피부가 벗겨진 정도였다.

하지만 이런 활약상은 소련을 자극할 경우 전세가 확전될 수 있다는 미 정보 당국 판단에 따라 철저히 비밀에 부쳐졌다. 윌리엄스에게도 함구령이 내려졌는데, 그가 격추한 미그기 숫자는 ‘1기’로 축소됐고 이 전공으로 은성무공훈장을 받는 데 그쳤다. 윌리엄스는 이후 30년 동안 해군 파일럿으로 근무하면서 베트남전에도 참전하는 등 220차례 출격해 1984년 퇴역했다. 그의 활약상은 2002년 당시 출격 기록이 담긴 문서가 기밀 해제되면서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명예 훈장은 연방 정부가 군인에게 수여할 수 있는 최상위 훈장인데, 지난해 트럼프가 서명한 2026 회계연도 국방수권법(NDAA)에 윌리엄스 개인에 한해 수훈(受勳) 시효(사건 발생 후 5년 이내)를 면제하는 내용이 포함돼 이를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윌리엄스는 3일 자신의 수훈을 촉구해 온 미 재향군인회 측에 “나는 100살이 넘었는데 100살이 넘은 모든 사람이 기뻐할 일”이라며 “정말 기쁘고 감사하다”고 했다. 날짜는 확정되지 않았지만 윌리엄스는 곧 트럼프가 주재하는 백악관 행사에도 참석할 예정이라고 한다.

로이스 윌리엄스 미 해군 예비역 대령이 해군 부대에서 활동하던 시절의 사진. 그가 조종한 해군 전투기 모함인 오리스커니함은 6·25와 베트남 전쟁 현장 등에 배치됐다.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