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 외교부 장관은 3일 워싱턴 DC의 국무부 청사에서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만나 회담을 가졌다. 이날 회담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26일 우리 국회의 대미투자특별법 처리 지연을 문제 삼아 한국산 자동차 등에 대한 관세를 15%에서 25%로 10%포인트 올리겠다고 엄포를 놓은 지 1주일 만에 이뤄진 것으로, 미 국무부는 한미가 “핵 추진 잠수함(원자력 추진 잠수함)·조선·대미(對美)투자 등과 관련해 협력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북한 핵·미사일 문제에 대해서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추구한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국무부는 이날 오후 “루비오 장관이 조현 외교부 장관과 회담을 갖고 한미 동맹의 지속적인 강점을 강조하고, 안전하고 탄력적이며 다각화된 핵심 광물 공급망 구축에서 대한민국이 중요한 리더십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것에 감사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조 장관은 4일 루비오가 주재하는 핵심 광물 관련 외교 장관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미국을 방문했다. 중국과의 패권 경쟁 속 트럼프 정부가 역점을 두고 있는 분야인데, 한국은 제이콥 헬버그 차관이 주도하는 인공지능(AI) 관련 공급망 협의체인 ‘팍스 실리카(Pax Silica)’의 일원이기도 하다.
국무부는 한미가 “트럼프와 이재명 대통령의 워싱턴·경주 정상회담 정신에 부합하는 미래 지향적 의제를 중심으로 하는 동맹 발전 방안을 논의했다”며 “민간 분야 원자력 발전, 핵 추진 잠수함, 조선 분야 협력 및 미국의 핵심 산업 재건을 위한 투자 확대에 대해 긴밀히 협력하기로 합의했다”고 전했다. 이날 발표된 대변인 명의 성명에는 트럼프가 대미투자특별법 처리 지연을 이유로 상호 관세를 10%포인트 올리기로 한 것과 관련된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 앞서 트럼프는 “한국과 함께 해결책을 마련할 것”이라 했었다. 한편 국무부는 두 장관이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의지를 재확인하고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FOIP)’ 유지를 위한 한·미·일 3국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고 전했다.
외교부는 “조 장관이 팩트시트(fact sheet·공동 설명자료) 문안 타결 과정에서 루비오 장관의 기여를 상기하며 신속하고 내실 있게 이행해 나가자고 했다”며 “금년 중 구체적 이정표에 따라 핵심 분야 협력이 결실을 거둘 수 있도록 주도적인 역할을 당부했다”고 전했다. 이어 “한미 간 관세 합의와 대미 투자 합의 이행을 위한 우리의 국내적 노력을 설명하고, 통상 당국 간 원활한 소통과 협의가 이어질 수 있도록 외교 당국 차원에서도 계속 협력해 나가자”는 뜻을 밝혔다고 한다. 팩트시트에 명시된 원잠·조선업 같은 핵심 분야는 트럼프 정부의 명운이 걸려 있는 11월 중간선거 전까지는 어느 정도 가시적인 결과물을 내는 것이 필요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