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 외교부 장관(왼쪽)이 3일 미국 워싱턴 DC 국무부 청사에서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과 만나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미투자특별법 지연을 문제 삼아 한국에 부과한 상호 관세를 15%에서 25%로 인상한다고 밝힌 가운데, 조현 외교부 장관이 3일 워싱턴 DC에 도착했다. 조 장관은 이 기간 국무부가 주최하는 핵심 광물 회의에 참석하고, 카운터 파트인 마코 루비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겸 국무장관과 만나 팩트시트(fact sheet·공동 설명 자료) 이행에 대한 우리 정부 의지를 설명할 예정이다. 조 장관이 나흘 간의 방미(訪美) 일정을 시작한 이날 지난주부터 워싱턴 DC에서 머물고 있는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 측은 귀국길에 언론을 상대로 하는 ‘도어 스테핑’을 공지했다.

조 장관의 이번 방미는 지난달 26일 트럼프가 ‘트루스 소셜’을 통해 상호 관세를 10%포인트 올리겠다고 엄포를 놓은 지 약 1주일 만에 이뤄지는 것이다. 이 사이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여 본부장이 워싱턴 DC를 찾았지만, 뚜렷한 합의점에 이르지 못했다. 캐나다 잠수함 사업 수주를 위해 토론토에 있다가 비행기를 타고 날아온 김 장관은 29~30일 양일간 두 차례에 걸쳐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과 만났는데 “서로의 입장에 대한 이해가 깊어졌다”면서도 “아직 추가로 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조 장관의 광물 회의 참석은 사전에 예정된 일정이었지만, 앞서 미국을 찾은 두 장관급 인사(통상본부장은 미국에서 장관급 대우를 받음)가 사실상 ‘빈손’으로 귀국하게 되면서 외교장관 회담 등을 계기로 한미가 출구를 찾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특히 조 장관은 방미 직전 관훈클럽이 주관한 토론회에서 대미 협상 난항 속 외교·산업 부처 간 칸막이가 있는 것 같다는 지적에 대해 “외교부 직원은 통상교섭본부가 떨어져 나간 것을 안타깝게 생각했고, 지금도 외교부로 돌아온다면 통상 협상을 더 잘할 수 있다는 생각을 많이 하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기회가 되고 여건이 성숙했다고 생각할 때 (문제 제기를) 하겠다”고 했는데, 통상 기능을 어디에 두느냐는 문제는 보수·진보를 가리지 않고 정권 때마다 반복돼 온 해묵은 이슈다. 트럼프가 전날 인도에 대한 관세를 50%에서 18%로 수직 인하하고, 취임 초부터 자신의 불법 이민자 추방 정책에 협조한 엘살바도르와는 0% 관세 협정을 체결한 것에서 볼 수 있듯이 트럼프 2기의 무역 협상은 단순히 통상을 넘어 외교·안보적인 함의도 띄고 있지만 ‘적전 분열’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외교·통상 라인 간 유기적인 소통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트럼프가 김 장관을 두고 “터프한 협상가”라 했지만, 이후 쿠팡 사태와 입법 지연 등이 겹치며 한미 합의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김정관 산업부 장관(오른쪽)이 지난달 29일 미국 워싱턴 DC 상무부 청사에서 하워드 러트닉 장관과 만나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을 찍을 때 팔장을 끼는 것은 러트닉의 트레이드 마크 포즈다. /산업부·뉴시스

이보다 앞서 지난 20일 이재명 대통령이 주재한 국무회의에서는 김 장관이 “해당 지역 대사가 누구냐에 따라 수출 및 사업 수주에 아주 큰 영향을 미친다”며 현지 수출 기업 또는 산업부 등 관계 부처에서 공관장을 ‘상향식 평가’할 것을 주장하기도 했다. 재외공관의 성과 관리·평가, 공관장 적격 심사 등은 외교부 고유의 업무 영역인데 이를 정면으로 거론한 것이다. 이 대통령은 이에 대해 “아주 좋은 생각”이라며 교민에 의한 평가까지 언급했는데, 조 장관은 제도화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하면서도 “해당국 주재 공공기관 직원, 다른 부처 주재관 등에 대한 (공관장의) 지휘·평가 권한이 필요하다”고 말해 미묘하게 다른 인식을 드러냈다. 트럼프 정부가 미·중 패권 경쟁 속 핵심 광물 공급망 확보 등에 열을 올리고 있는 가운데, 이 분야도 추후 외교·산업 부서 간 ‘영역 싸움’이 치열하게 전개될 곳 중 하나로 꼽힌다. 여기에 산업부는 이재명 정부 출범 후 에너지 관련 기능 일부가 기후환경에너지부로 이관되면서 에너지부와의 관계 설정에도 애로가 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