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 한중 잠정조치수역에 설치된 중국 구조물. 지난해 10월 22일 해양경찰청 국정감사에서 당시 민주당 이병진 의원은 이 사진에서 인력이 처음 식별됐다고 주장하며, 양식장 구조물이라는 중국 측 주장과 달리 군사 목적으로 활용될 소지가 있다고 했다. /연합뉴스

미국 워싱턴 DC의 외교·안보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2일 중국이 서해 잠정조치수역(PMZ)에 일방적으로 설치한 심해 양식장(구조물) 두 곳인 ‘선란(深藍) 1·2호’가 계속해서 해당 지역에서 운영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달 한·중 정상회담을 통해 중국 측이 이동을 약속한 관리 플랫폼인 ‘애틀랜틱 암스테르담(Atlantic Amsterdam)’의 경우 PMZ를 벗어나 지난 31일 250km 떨어진 웨이하이 소재 조선소에 도달한 것이 위성으로 확인됐다고 한다. CSIS는 그럼에도 “PMZ 구조물에 대한 중국 정부의 공식 입장은 변함이 없다”며 “계속해서 운영하고 있는 양식장 두 곳에 대한 의문이 여전히 남아 있다”고 밝혔다.

중국이 석유시추선을 개조해 만든 이 구조물은 헬기가 착륙할 수 있어 추후 군사 목적으로 전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컸다. 중국 외교부는 최근 예인 작업을 공식 확인했는데, 그러면서도 구조물 이동이 외교적 이유나 한국 요구에 따른 조치가 아닌 ‘경영 발전 수요에 따른 기업의 자율 결정’에 따른 것이라 선을 그었다. 추후 서해에서 경계선을 둘러싼 분쟁이 있을 경우 이번 조치가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어 정부의 공식 판단이 아니라는 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중국은 서해 구조물이 국제법상 문제가 없다고 주장해 왔는데, 미 조야(朝野)에서는 동중국해·남중국해·대만해협 등에 이어 서해에서도 중국이 ‘내해화’를 시도하고 있다는 우려가 팽배하다. CSIS는 “한국 정부가 이번 움직임을 환영했지만, 서해 구조물에 대한 중국의 공식 입장은 변함이 없다”고 했다.

앞서 청와대는 이재명 대통령의 방중(訪中)을 계기로 중국이 구조물 일부를 옮기기로 한 것에 대해 “의미 있는 진전으로 환영한다”는 입장을 냈다. CSIS는 이번 구조물 예인 작업이 “한국의 가장 시급한 우려를 해소했다”고 평가하면서도 “PMZ에서 계속 운영 중인 두 양식장인 선란 1·2호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남아 있다”고 했다. 1호는 연어 30만 마리를 동시에 키울 수 있고 2호는 국영기업이 지분을 갖고 있는데, 이곳에서 양식한 연어가 실제 상품화까지 됐기 때문에 철거를 꺼릴 가능성이 크다. 빅터 차 CSIS 한국 석좌는 지난해 12월 “2018년 이후 중국이 PMZ 내부 및 주변에 13개 부표, 양식장 2개 및 통합 관리 플랫폼을 사전 협의 없이 설치했다”며 “미국은 중국의 ‘점진적 주권 확장’을 인도·태평양 동맹국을 겨냥한 또 다른 회색 지대 전술 사례로 규정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