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일 “너무나 부정한 주(州)들이 투표를 집계하고 있다”며 “공화당이 투표를 국가화(nationalize)해야 한다”고 밝혔다. 대통령, 연방 상·하원의원 선거는 각 주가 주관하고 실제 개표는 카운티·시(市) 당국에 의해 이뤄지는데 부정을 차단하기 위해 연방 정부가 이를 직접 관리·감독해야 한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연방수사국(FBI)이 최근 트럼프가 ‘부정 선거’가 있었다고 주장해 온 조지아주 풀턴카운티 선거관리위원회에 대한 압수 수색을 진행한 가운데, 트럼프는 “법원의 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투표용지를 확보했다”며 “아주 흥미로운 것들이 드러나게 될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는 이날 공개된 보수 성향 인플루언서인 댄 본지노가 진행하는 팟캐스트 방송에 출연해 이같이 밝혔다. 본지노는 좌파 엘리트 소아성애자들로 구성된 비밀 조직이 세계를 조종한다는 취지의 이른바 ‘딥 스테이트(deep state)’ 음모론을 주장해 온 인물이다. 지난해 트럼프가 연방수사국(FBI) 2인자인 부국장으로 발탁했는데, 고(故) 제프리 엡스타인 파일 공개를 놓고 법무부와 갈등을 빚은 끝에 취임 9개월여 만인 지난 12월 옷을 벗었다. 이날은 본지노의 복귀 방송이었는데 트럼프가 첫 게스트로 출연하며 힘을 실어줬다. 본지노는 “대통령은 직접 발 벗고 나서는 분”이라며 “소중한 기회를 줘서 감사한 마음”이라고 했다.
트럼프는 방송에서 소말리아계 등 불법 이민자에 의한 ‘부정 선거’를 주장하며 “놀랍게도 공화당이 이 문제에 대해 더 강경하지 않다”며 “공화당은 투표를 국가화해야 한다”고 했다. “너무 부정한 주들이 투표를 집계하고 있다” “내가 이긴 주들이 내가 이기지 않은 것처럼 보여지고 있다”며 주 당국이 아닌 연방 정부가 직접 선거 관리·감독을 해야 한다는 취지의 주장을 펼친 것이다. 트럼프는 2020년 대선 당시 민주당 후보였던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을 상대로 패색이 짙어지자 경합주 중 한 곳인 조지아의 주 국무장관 등에 전화를 걸어 ‘잃어버린 1만1780표를 찾으라’는 취지의 지시를 내렸다. 이로 인해 바이든 정부 때인 2023년 대선 전복 시도 등의 혐의로 기소됐지만, 2024년 대선에서 승리하면서 공소가 기각됐다.
이런 가운데 지난달 28일 FBI가 풀턴카운티 선관위를 상대로 법원에서 발부받은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했다. 재판에 넘겨진 트럼프가 ‘머그샷’을 촬영하는 수모를 겪었던 곳이다. FBI는 2020년 대선 선거 기록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는데, 트럼프는 거듭 “아주 흥미로운 것들이 나올 것”이라고 호언장담했다. 트럼프가 오랜 기간 주장해 온 부정 선거 의혹에 대해 FBI가 강제 수사에 착수해 정권 입맛 맞추기란 비판도 나왔는데, 뉴욕타임스(NYT)는 2일 털시 개버드 국가정보국(DNI) 국장이 수사를 담당하는 FBI 애틀랜타 지부 요원들과 트럼프 간 통화를 주선했다고 보도했다. 정보 업무를 총괄하는 DNI 국장이 압수수색 현장을 방문하고 FBI 요원들과 직접 만난 것은 이례적인 일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