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1일 플로리다주 마러라고로 향하는 자신의 전용기 안에서 질문을 받고 있다. /AF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31일 자신이 지명한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후보자인 케빈 워시 전 이사를 향해 금리를 인하하지 않을 경우 고소할 수 있다고 발언한 것으로 나타났다. CNN은 이날 트럼프가 워싱턴 DC의 한 호텔에서 열린 비공개 사교 클럽인 ‘알팔파(Alfalfa) 클럽’의 연례 만찬에 참석해 이같이 발언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는 지난해 취임 직후부터 제롬 파월 현 의장이 자신의 금리 인하 요구에 응하지 않는다며 불만을 표출했는데, 농담의 형식을 빌렸지만 금리를 인하하라는 뜻을 분명히 표시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날 트럼프가 참석한 ‘알팔파 클럽’은 미 정계의 손에 꼽히는 사교 모임 중 하나로 1913년 발족했다. 남북전쟁의 영웅인 남부군의 로버트 리 장군 생일을 기념하기 위해 해마다 1월 마지막 토요일에 만찬 모임을 갖는 것이 전통이다. 모임 이름은 생존성이 강한 사료 식물인 알팔파에서 따 왔다. 백인 남성 위주지만 1970년대에 흑인도 회원으로 받아들였고, 1994년부터는 여성에도 문호를 개방했다. 트럼프는 1기 때는 만찬에 한 번도 참석하지 않았지만 올해는 재집권 후 처음으로 얼굴을 비췄다. 수지 와일스 백악관 비서실장 등 트럼프 정부 주요 인사가 총출동했고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존 로버츠 연방대법원장,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 밋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 등이 참석했다고 미 언론들은 전했다.

모임에선 회원들이 최고급 스테이크에 와인을 기울이면서 교분을 쌓는다. 미 대통령도 초대돼 격의 없이 어울리는데, 백악관 풀 기자단에게도 일절 공개되지 않는 만찬 연설에서 청중을 들었다 놨다 하는 농담을 하거나 웃음을 주는 자기 비하로 일관하는 것이 미덕이다. 턱시도 차림으로 무대에 선 트럼프는 지난 30일 자신의 인사 이후 언론의 헤드라인을 장식하고 있는 워시를 향해 금리 인하를 하지 않으면 고소할 수 있다고 밝혔다고 한다. 이에 대해 만찬이 끝난 뒤 전용기 안에서 기자들과 만나 “풍자적인 조롱(roast)이었다”며 금리 인하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최근 다큐멘터리 영화가 공개된 자신의 배우자 멜라니아에 대해서는 “영화 스타”라 부른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트럼프의 농담이 항상 청중의 호응을 얻지는 못했는데, 발언 도중 2012년 공화당 대선 후보로 출마했던 롬니를 호명하더니 일어나게 했다고 한다. 그런데 참석자들이 롬니에게 큰 박수를 보내자 트럼프가 “그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가득한 자리에서 그를 소재로 농담을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고 참석자들이 전했다. 헤드 테이블에는 공화당 구주류를 상징하는 인물로 지금은 트럼프와 불편한 관계가 된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의원과 일레인 차오 전 노동부 장관 부부 등이 함께 앉았다고 미국 언론들이 보도했다. 과거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모임에 초대됐지만 1시간 지각하고 턱시도가 아닌 복장으로 갔다가 입장이 거절돼 결국 사과한 적이 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2005년 연방 상원에 입성했지만 회원이 아니라 초대받지 못했고, 대통령이 된 2008년에서야 참가를 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