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 /AF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무역 합의를 우리 국회가 승인하지 않고 있는 것을 문제 삼아 한국산 자동차·의약품 등에 부과한 관세를 15%에서 25%로 10%포인트 올리겠다고 밝힌 가운데, 무역 수장인 제이미슨 그리어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27일 “이번 주 후반 한국의 무역 담당자들이 이곳(워싱턴 DC)을 방문해 그들로부터 직접 (얘기를) 듣게 될 것”이라며 “한국은 동맹이고 한국에 특별한 반감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우리와 한국은 무역 합의를 체결했지만 자신들의 약속을 이행하지 않았다”며 “관련 법안을 통과시키지 못하고, 디지털 서비스에 관한 새 법안(new laws on digital services)을 도입했을 뿐”이라고 했다.

그리어는 이날 오후 폭스비즈니스 뉴스에 출연해 전날 트럼프가 ‘트루스 소셜’을 통해 발표한 관세 인상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트럼프가 별개 사안이 아닌 합의 자체의 ‘진척도’를 문제 삼아 기존 합의를 뒤집은 것은 한국 사례가 처음이다. 그리어는 “우리는 한국과 대화할 준비가 되어 있다”며 “알다시피 한국은 동맹이고 우리는 한국에 대해 특별한 반감이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경제적인 측면에서는 균형이 잡혀야 한다”며 “2020년 당시 한국과의 무역 적자가 250억 달러 였는데, 바이든 정부 4년 동안 650억 달러(약 93조원)로 급증했다. 이건 지속 가능하지 않고 반드시 바뀌어야 한다”고 했다.

그리어는 “한국은 3년 동안 미국에 3500억 달러(약 501조원)를 투자하겠다는 약속과 더 많은 미국산 자동차의 한국 시장 진입을 허용하고, 농산물에 대한 비(非)관세 장벽 일부를 철폐하며, 우리 디지털 기업을 공정하게 대우하겠다는 약속도 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러나 그들은 지금까지 관련 법안을 통과시키지 못하고 디지털 서비스에 관한 새 법안을 도입했을 뿐”이라며 “농업·산업 분야에서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았다. 한국이 자신들의 약속을 신속히 이행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우리가 계속 약속을 지키기는 어렵다”고 했다. 한국이 대미 투자의 선단계인 특별법은 통과시키지 않으면서 미 조야(朝野)에서 ‘검열 법안(censorship bill)’이라 비판받은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통과시키고, 공정거래위원회가 플랫폼 규제를 추진하고 있는 상황 등을 종합해 가리킨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 DC의 대형 로펌 변호사 출신인 그리어는 우리 정부의 미국 빅테크 기업 규제에 대해 매우 비판적인 인식을 갖고 있는 인물로 알려져 있다. 최근 여한구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과 만난 자리에서도 이재명 정부가 전방위적으로 압박하고 있는 쿠팡과 관련해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는 이날 아이오와주(州) 현장 일정 도중 한국에 관세를 인상한 것에 관한 질문을 받고 “한국과 함께 해결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진 경제 연설에서는 한국을 특정하지는 않았지만 관세 25% 부과 ‘엄포’를 놓으면 “상대국이 기꺼이 움직인다”고도 했다. 김정관 산업부 장관은 28일까지 캐나다에서 일정을 마친 이후 워싱턴 DC를 방문해 카운터 파트인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과 만남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