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6일 무역 합의 이행 절차 지연을 이유로 한국산 자동차·의약품 등에 대한 관세를 15%에서 25%로 10%포인트 인상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하원 공화당 법사위원회(위원장 짐 조던 공화당 의원)가 27일 X(옛 트위터) 공식 계정에서 이와 관련해 “쿠팡과 같은 미국 기업을 부당하게 표적으로(unfairly target) 삼으면 이런 일이 벌어진다”고 했다. 트럼프가 별개 사안이 아닌 무역 합의의 진척도를 문제 삼아 기존 합의를 뒤집은 것은 한국 사례가 처음인데, 정확한 배경이 알려지지 않은 상황에서 집권당인 공화당이 이 문제를 이유 중 하나로 정면 거론한 것이다. 트럼프 정부와 의회는 자국 빅테크 기업에 대한 외국 정부 규제에 극도로 민감한 반응을 보여왔다.
최근 미 조야(朝野)에서는 쿠팡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 등의 강경 대응, 우리 국회가 통과시킨 정보통신망법 개정안 등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특히 트럼프 정부 2기와 매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진영에서 상당한 지분을 들고 있는 실리콘밸리 출신 인사들이 이런 흐름에 앞장섰는데, 이들의 후원을 받는 J D 밴스 부통령이 지난 23일 김민석 국무총리와 만난 자리에서 쿠팡 문제를 콕 집어 질의하며 “한미 관계에 오해가 없도록 관리해달라”는 당부의 말을 했다고 한다. 국무부는 정보통신망법을 ‘검열 법안’이라 표현하며 비판했고, 데이비드 색스 백악관 ‘인공지능(AI)·가상화폐 차르와 조 론스데일 팰런티어 창업자도 비슷한 목소리를 냈다. 지난 13일엔 미국 기업이 디지털 법과 정책에서 차별 받지 않을 것을 명시한 팩트시트(fact sheet) 이행을 촉구하는 서한이 제임스 헬러 주한 미국대사대리 명의로 우리 정부에 전달됐다.
우리 정부는 ‘잠수함 세일즈’를 위해 캐나다를 방문 중인 김정관 산업부 장관이 조만간 미국을 방문해 카운터 파트인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과 만나 배경을 알아볼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구윤철 경제부 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국회 기재위 위원들을 만나 “왜 이런 상황이 일어났는지 전혀 모른다”며 주말쯤에야 진상 파악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이럴때야 말로 이재명 정부가 개설했다고 밝힌 한미 간 ‘핫라인(hotline)’이 가동되어야 한다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1987년 이후 국무총리로는 처음 워싱턴 DC를 방문한 김 총리는 지난 23일 특파원 간담회에서 “밴스가 전화번호를 알려졌다”며 밴스와 핫라인을 개설했다고 했고,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 역시 지난해 8월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실세’ 수지 와일스 백악관 비서실장과 만나 추후 비서실장 간 채널을 통해 계속 소통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힌 적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