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를 전후로 도널드 트럼프 정부 주요 인사들의 ‘임신 커밍아웃’이 이어지고 있다. J D 밴스 부통령과 ‘세컨드 레이디’ 우샤 밴스가 최근 넷째 임신 사실을 알린 데 이어, 지난해 12월에는 ‘트럼프의 입’인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과 ‘반(反)이민 정책의 설계자’인 스티븐 밀러 백악관 부비서실장이 올해 새로운 가족을 맞이하게 됐다는 사실을 알려졌다. 트럼프도 지난해 현직에 있으면서 손주를 새로 봤는데, 이런 흐름은 다산(多産)을 중시하고 최소한 아이 셋 정도 있는 ‘대가족’을 가족의 원형처럼 여기는 보수 진영 저변의 정서와도 맞닿아 있다.
폭스뉴스에서 최근 백악관을 두고 ‘베이비 붐(baby boom)’이란 표현을 사용했을 정도로 임신 소식이 잇따르고 있다. 2014년 우샤와 결혼해 이미 세 자녀를 두고 있는 밴스는 올해 7월쯤 넷째 아들을 보게 됐다. 그는 역대 세 번째로 젊은 부통령인데, 부통령이 현직에 있으면서 아이를 갖게 된 것은 1870년대 이후 약 150년 만의 일이라고 한다. 보수 진영 정치인답게 평소 가족의 중요성을 강조해 온 밴스는 지난 23일 워싱턴 DC에서 열린 반(反)낙태 행진 행사에 참석해 “나는 미국에서 바라는 것 중 하나가 더 많은 가족, 더 많은 아기라 계속해서 얘기해 왔다”며 “여러분은 자신이 말하는 바를 실천하는 부통령을 두고 있다”고 했다. 이날 오전 밴스와 만난 김민석 국무총리는 배우자의 임신을 축하하며 “한국이었으면 상을 받았을 것”이라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새해 전야(前夜)에는 백악관 실세이자 강압적인 불법 이민 단속으로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밀러가 자신의 배우자 케이티 밀러의 임신 사실을 알렸다. 두 사람은 2020년 2월 결혼해 5살 딸, 3·2살 아들을 두고 있다. 밀러는 보수 진영 인플루언서로 그가 진행하는 팟캐스트 방송에 피트 헤그세스 국무장관, 캐시 파텔 연방수사국(FBI) 국장, 트럼프의 골프 캐디 출신 참모인 댄 스카비노 백악관 인사국장 등 유력 인사들이 줄지어 게스트로 등장한다. 결혼을 세 번 한 헤그세스는 자녀가 무려 7명이나 되는데, 지난해 11월 방송에 출연해 ‘자녀를 맡기지 않을 트럼프 정부 인사로 누구를 선택하겠냐’는 질문에 밀러를 꼽았다. “비상시 야간에 전화를 받을 가능성이 가장 높다”는 것이다. 레빗이 성탄절 직후 32세 연상 배우자와의 사이에서 “내년 5월 둘째 딸 엄마가 된다”고 밝힌 것도 적지 않은 화제가 됐다.
미국 역시 급격히 출산율이 감소하고 있어 트럼프 정부가 이를 높이기 위한 여러 정책을 펼치고 있다. 트럼프가 스스로를 “수정(受精) 대통령”이라 부를 정도다. 여기에는 히스패닉 등 출산율이 월등히 높은 다른 인종으로 인해 추후 보수 진영의 핵심 지지층인 백인이 ‘주류’에서 밀려날 수 있다는 위기감도 깔려 있다. 과거 보수 성향 싱크탱크인 헤리티지재단 등은 백인 중심의 출산율 제고 정책을 제언했다가 논란이 된 적이 있다. 지난해 보건복지부 자료를 보면 미국의 합계 출산율은 1.59명으로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