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미국 미네소타주(州) 미니애폴리스에서 37세 남성 알렉스 프레티가 이민세관단속국(ICE) 요원의 총에 맞아 숨진 이후 보수와 진보를 가리지 않고 불법 이민 단속 정책에 대한 재고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정부 고위 관계자들은 25일 “민주당이 선동을 자극하고 있다”며 ‘마이웨이’를 고수하고 있다. 이번 사건은 트럼프 1기 때 백인 경찰관에 의해 숨진 흑인 청년 고(故) 조지 플로이드 사건을 계기로 인종차별 반대 시위가 전국에 퍼져나갔던 것과 비슷한 양상을 띠고 있는데, 트럼프 정부는 민주당 소속 지자체장들을 겨냥해 “어리석은 짓을 멈추라”며 물러서지 않겠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민주당이 국토안보부에 대한 예산 지원을 거부하겠다고 밝히면서 셧다운(shutdown·연방정부 업무 중지)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지만, 트럼프는 25일 자신의 소셜미디어인 ‘트루스 소셜’에서 백악관 대형 연회장 건설의 당위성을 강조하는 메시지를 냈다. 연회장 신축을 막기 위해 소송을 제기한 국가역사보존협회(NTHP)를 겨냥해 “이미 많은 물자가 발주돼 지금 시점에 공사를 중단하면 백악관은 물론 우리나라, 모든 이해 당사자들에게 치명적일 것”이라고 했다. 프레티가 숨진 당일인 24일에는 백악관에서 영부인 멜라니아의 이야기를 다룬 다큐멘터리 ‘멜라니아(MELANIA)’의 비공개 시사회를 주최한 것으로 나타났다. 제프 베이조스의 ‘아마존 MGM 스튜디오’가 판관료로 4000만 달러(약 582억원)를 지불했고, 홍보 목적으로 3000만 달러 이상 더 지출할 계획이다.
트럼프는 “민주당 소속 지자체장들이 분열과 혼란, 폭력을 부채질하며 저항하기보다 우리 정부와 협력해 법을 집행할 것을 촉구한다”며 “현재 교도소·구치소에 수감됐거나 범죄 전력이 확인된 모든 불법 체류 범죄자들을 연방 당국에 인도해 즉각 추방해야 한다”고 했다. 앞서 주 방위군이 투입한 테네시 멤피스, 워싱턴 DC 등을 거론하며 “이 지역의 민주당원들은 이를 실행해 모두에게 더 안전한 거리를 만들었다”고 했다. 또 연방 당국의 이민 단속에 협조하지 않는 이른바 ‘피난처 도시’와 관련해 의회에 “이를 종식시키기 위한 법안을 즉시 통과시킬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트럼프는 “미국 도시들은 법을 준수하는 시민들을 위한 안전한 피난처여야 하지, 우리나라의 법을 어긴 불법 체류자들을 위한 곳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이민 정책의 설계자인 실세 스티븐 밀러 백악관 부비서실장은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가 홀로코스트 피해자인 안네 프랑크를 언급하며 항전(抗戰) 의지를 밝힌 것과 관련해 “이런 발언의 목적은 ICE에 대한 공격을 선동하는 것”이라 비판했다. 최근 미니애폴리스를 방문한 J D 밴스 부통령도 ICE 직원이 시내에서 식사를 하러 갔다가 식당 안에 ‘감금’됐는데도 지역 경찰이 구조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는 일화를 공개하며 “지방 공무원들이 이민 단속에 협조를 거부하며 혼란을 조장하고 있다” “미니애폴리스 당국은 이 어리석은 짓을 멈추길 바란다”고 했다.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은 이날 CBS 방송에 출연해 프레티가 “사망한 것은 유감이지만 평화로운 시위여야 할 자리에 반자동 무기를 가져왔다”고 비판했다.
이밖에 크리스티 놈 국토안보부 장관,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 등이 소셜미디어와 언론 출연 등을 통해 잇따라 메시지를 내고 있다. 트럼프 1기 때 벌어진 조지 플로이드 사태는 트럼프가 임기 후반 국정 운영 동력을 잃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데, 이를 되풀이할 수 없다는 일종의 트라우마가 작동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보수 진영 내에서도 단속 수위를 낯춰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어 트럼프 정부가 계속 고자세를 유지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보수 성향 원로 언론인인 빌 오라일리는 25일 “대통령은 결코 물러서는 사람이 아니지만 때로는 방향을 조정해야 할 때도 있다”며 “미니애폴리스에서의 폭력 사태, (덴마크 자치령인) 그린란드에 대한 점령 위협이 거기에 해당한다”고 했다. 공화당에서도 일부 의원들이 “충격적인 사건으로 국토안보부의 신뢰성이 위태로워졌다”며 목소리를 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