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리스 힐튼이 22일 의회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미국 호텔 체인 힐튼 가문의 상속녀로 유명한 패리스 힐튼이 22일 의회에서 인공지능(AI) 기술을 이용한 딥페이크(가짜 영상) 성(性) 착취물 근절에 앞장섰다. 힐튼은 2004년 전 남자 친구가 촬영한 사생활 비디오가 유출돼 오랜 기간 고통을 겪었는데, 이날 “AI의 발전으로 누구든 성적으로 노골적인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 쉬워졌다”며 “타인의 모습을 이용해 모욕하고, 입을 막고, 존엄성을 박탈하는 행위에 대해 정의를 요구한다”고 했다. 자신에 대해 “10만장 이상의 노골적인 딥페이크(deepfake) 이미지가 만들어져 아무리 돈이 많고 변호사를 써도 이를 막거나 보호할 수 없다”고도 했다.

힐튼은 이날 ‘명시적 위조 이미지 및 비동의 편집 방지법(DEFIANCE Act)’을 주도하고 있는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즈 민주당 하원의원과 함께 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는 “19세 때 동의 없이 사적인 영상이 전 세계에 유포됐다”며 “사람들은 이를 ‘스캔들’이라 불렀지만 나에겐 학대였다. 당시 나를 보호해 줄 법은 없었다”고 했다. 이어 “사람들은 나를 착취당한 젊은 여성으로 보지 않고 나를 욕하고 농담의 소재로 삼았다”며 “내가 무엇을 잃었는지 묻는 사람조차 없었다. 나는 내 신체와 평판에 대한 통제권을 잃어 자존감을 빼앗겼다”고 했다. 힐튼은 과거 동영상 유출에 대해 “강간당한 기분이었고 정말 죽고 싶었다”고 언론에 밝힌 적이 있다.

힐튼은 “최악의 상황이 지나갔다고 믿었지만, 당시 나에게 일어났던 일이 수백만 여성과 소녀들에게 새롭고 더 끔찍한 방식으로 반복되고 있다”며 “컴퓨터와 낯선 사람의 상상력만 있으면 되는 ‘딥페이크 포르노’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고 했다. 이어 자신에 대한 “10만장 이상의 노골적인 딥페이크 이미지가 AI 기술을 통해 제작됐다”며 “단 하나도 진짜가 아니며, 단 한 장에도 동의한 적이 없다. 새로운 이미지가 등장할 때마다 끔찍한 감정이 되살아난다”고 했다. 이날 힐튼의 의회 방문에는 배우자 카터 룸도 동행했다. 힐튼은 “나는 겨우 두살 반이 된 딸이 있는데 이 아이를 보호하기 위해 지구 끝까지라도 갈 것”이라며 “그런데 지금은 이런 위협으로부터 아이를 지킬 방법이 없어 (입법 운동에) 나선 것이다. 타인의 모습을 모욕하고 존엄성을 박탈하는 행위에 대해 우리는 정의를 요구한다”고 했다.

강성 진보 성향인 오카시오-코르테즈가 주도한 이 법은 피해자들이 딥페이크 포르노 제작자나 유통업자 등을 상대로 법적인 조치를 취할 권리를 부여하는 것이 핵심이다. 힐튼은 자신이 의회에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것이 ‘행운’이고 “스스로 목소리를 낼 수 없는 모든 이들을 대신해 말하고 있는 것”이라며 “한 여성, 한 사람의 아내, 한 생존자로서 계속 진실을 말할 것”이라고 했다.

패리스 힐튼이 22일 미 의회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UPI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