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가 21일 스위스 다보스 포럼에서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EPA 연합뉴스

20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 부대 만찬 행사에서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이 연설하던 도중 도발적인 내용을 문제 삼아 크리스틴 라가르드(ECB) 유럽중앙은행 총재가 도중 퇴장하고, 앨 고어 전 미 부통령은 야유를 보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1일 보도했다. 민주당 차기 대선 후보 중 한 명인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특별 연설을 비판했다가 일부 행사장 출입이 제한됐다고 주장했는데, 이번 다보스 포럼에서는 ‘정쟁(政爭)은 국경에서 멈춘다(Politics stops at the water’s edge)’는 미 정치권의 오랜 격언이 무색하게 볼썽사나운 언행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러트닉은 20일 다보스 포럼 패널 토론에서 유럽이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을 위해 지속 가능하지 않은 풍력·태양광 발전에 의존하는 것을 강하게 비판했다. “중국에 종속되자는 것과 다름이 없다”는 것이다. 그는 래리 핑크 블랙록 최고경영자(CEO)가 주재한 만찬에서도 이런 취지의 발언을 이어갔는데, 유럽에 대한 이런 도발적인 발언을 두고 일부 인사들이 불쾌한 기색을 표출했다고 한다. 특히 환경 운동가로 ‘지구 온난화’의 위험성을 대중에 경고해 온 고어가 러트닉 면전에서 아유를 보냈다고 일부 언론들은 전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상무부는 “러트닉 장관이 3분 연설하는 동안 서둘러 자리를 뜬 사람은 아무도 없다”며 “야유를 보낸 사람은 한 명이 있었는데, 바로 앨 고어였다”고 했다. 고어는 빌 클린턴 정부 때인 1993~2001년 부통령을 지냈다.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이 20일 스위스 다보스 포럼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이 21일 스위스 다보스 포럼에서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AFP 연합뉴스

뉴섬 역시 이번 포럼에서 가는 곳마다 취재진을 몰고 다녔는데, 덴마크 자치령인 그린란드에 대한 소유 의지를 굽히지 않은 트럼프 연설에 대해 “놀라울 정도로 지루하고 무의미했다”고 비판했다. 트럼프가 연설에서 “개빈은 좋은 사람”이라면서도 “우리는 캘리포니아에 범죄가 없기를 바라고 주민들을 도울 것”이라 했는데, 뉴섬이 이를 듣고 웃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히기도 했다.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은 “뉴섬이 이번 주 그의 억만장자 ‘슈거 대디(sugar daddy)’인 알렉스 소로스(헤지펀드 억만장자인 조지 소로스의 아들)와 함께 여기 와 있다”며 “카멀라 해리스(전 부통령)보다도 경제를 더 모르는 유일한 캘리포니아 사람”이라고 꼬집었다.

이런 갈등이 있은 직후 뉴섬 측은 “트럼프 정부가 뉴섬이 다보스 포럼 미국 본부인 포천의 ‘USA하우스’에 입장하는 것을 거부하고 발언을 막았다”고 주장했다. 백악관은 이에 대해 “삼류 주지사인 뉴스컴(뉴섬에 대한 멸칭으로 트럼프가 즐겨 사용하는 표현)이 누군지, 왜 캘리포니아에서 자신이 자초한 수많은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스위스에서 놀고 있는지 다보스에는 도무지 아는 사람이 없다”고 반박했다. 이번 포럼에는 뉴섬 외에도 그레첸 휘트머 미시간 주지사, 앤디 베시어 켄터키 주지사 등 민주당 소속 지자체장들이 일부 참석했다. 베시어는 트럼프의 연설에 대해 “위험하고 무례했으며 정신 나간 수준이었다”며 “우리가 친구라 부르는 세계 지도자를 조롱하고, 목소리를 흉내 내는 모습도 봤을 텐데 미국인으로서 정말 부끄러운 일”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