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 석좌는 21일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갖고 한중 관계를 업그레이드하겠다고 선언한 것 관련 “우호적인 분위기가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우리 정부가 북한·중국 견제 등의 목적을 위해 미국으로부터 원자력 추진 잠수함(핵잠)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중국이 이를 잊지 않고 한국을 향한 경제적 강압(보복)의 역사를 되풀이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차 석좌는 중국이 북한 비핵화 문제를 방조하고 서해 지역에서 한국 압박을 위한 ‘조용한 군사화’를 추진했다며 “한국은 미국·일본과의 협력을 통해서만 중국의 압박 공세를 종식시킬 수 있다”고 했다.
차 석좌는 이날 외교·안보 전문지인 ‘포린 어페어스’에 기고한 글에서 “한국은 다른 많은 나라들과 같이 단순히 중국과의 관계를 단절할 수 없지만, 경제적 강압 아래 영원히 머물 수도 없다”며 이같이 밝혔다. 차 석좌는 시 주석이 이 대통령을 환대한 것이 미국과의 전략 경쟁 속 미 우방·파트너국 중 가장 ‘약한 고리’ 중 하나인 한국을 끌어내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대만 문제를 둘러싼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일본 총리와의 갈등 속 이재명 대통령이 ‘유용한 동맹’이 될 수 있다고 봤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원잠과 관련해 “북핵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새로운 군사력이 필요하다는 이 대통령의 설명에 시 주석은 설득이 되지 않은 듯했다”며 “오히려 ‘올바른 선택’을 하라 경고했는데 이 대통령이 관계 회복을 시도하며 불화 조짐을 최소화하려 애쓰고 있는 가운데 암시적인 위협을 한 것”이라고 했다.
차 석좌는 2016~2017년 사드(THH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따른 엔터테인먼트·화장품·관광 산업 제재, 2021년 10월 요소수 수출 중단, 2025년 한화오션의 미국 내 자회사 5곳에 대한 제재 등을 언급하며 “원잠은 한국의 잠수함 전력을 한반도 밖으로 확장시켜 중국을 겨냥한 미군 작전을 지원할 수 있게 하기 때문에 한미 협정에 대한 중국의 횡포가 더욱 거세질 전망”이라고 했다. 사드 배치 당시 롯데를 겨냥했던 것과 같이 한국의 특정 기업을 목표로 삼을 수 있고 대(對)중국 의존도가 높은 희토류 광물에 대한 제재를 가할 수도 있다고 봤다. 차 석좌는 “중국이 평판 보호를 위해 수출 허가를 지연시키거나 중국인 단체 관광객의 한국 방문을 중단시키는 방식으로 ‘조용한 제재’를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며 “이런 노력은 한국에 상당한 경제적 고통을 주고 미국과의 원잠 협력에 차질을 빚게 할 것”이라고 했다.
차 석좌는 지난해 무역 합계가 3000억 달러(약 439조5000억원)가 넘은 한중관계를 “쉽게 단절할 수 없다”면서도 “한중 경제의 상호 보완성도 이제는 과거와 같지 않고, 무엇보다 중국은 북한의 핵무장을 막기 위해 거의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고 했다. 지난해 전승절 당시 시 주석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북한 김정은과 나란히 섰던 장면을 언급하며 “중국의 로열티는 한국이 아닌 독재 정권의 축에 있음을 분명히 보여주는 것”이라고 했다. 특히 미 조야(朝野)에서 ‘남중국해화’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서해 불법 구조물 등과 관련해 “중국은 한국 압박에 활용할 수 있는 서해 지역을 조용히 군사화해 왔다”며 “이 대통령이 최근 회담에서 시 주석에게 이 문제를 제기했지만 중국은 아무런 양보도 하지 않았다”고 했다.
차 석좌는 “개별적으로는 인도·태평양 지역의 어느 나라도 중국에 맞설 만한 정치·경제 역량을 갖추지 못했다”면서도 “집단적으로는 충분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며 “한국 입장에서 최선의 선택은 미국, 일본, 호주 및 기타 G7(7국) 국가들과 협력해 중국의 경제적 침략을 저지하기 위한 집단 협정을 조직하는 것”이라고 했다. 한 회원국에 대한 공격을 ‘전체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하는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방식의 경제 협력체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차 석좌는 “중국은 어떤 단일 국가도 감히 보복하지 못할 것이라 여기기 때문에 이웃 국가들에 대한 위협, 압박 캠페인에 아무런 대가를 치르지 않는다 생각한다”며 “한·미·일이 협력할 의지가 있다면 중국의 압박 공세를 종식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