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이 20일 스위스 다보스 포럼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정부 고위 관계자들은 20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 연차 총회에 참석해 유럽 우방국을 향해 여러 쓴소리를 쏟아냈다. 덴마크 자치령인 그린란드를 놓고 대서양 연안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유럽이 고려하고 있는 보복 관세에 대해 경고했고, 러시아산 석유 구매 및 2030년까지 온실가스 순 배출량을 ‘제로(0)’로 만들겠다는 이른바 ‘넷 제로(Net Zero)’ 구상도 도마 위에 올랐다. 트럼프도 6년 만에 이번 포럼에 대면으로 참석할 예정인데, 21일 있을 특별 연설이 이런 흐름의 정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와 그를 추종하는 매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인사들은 글로벌 엘리트가 중심을 이루는 다보스 포럼 같은 다자(多者) 행사에 큰 거부감을 보여 왔다.

트럼프 2기 출범 직후인 지난해 2월 J D 밴스 부통령이 뮌헨안보회의(MSC)에 참석해 “새로운 보안관이 왔다”며 유럽의 타성을 질타하고 민주주의에 대해 훈계해 적지 않은 충격을 줬다. 당시 밴스의 연설이 끝난 뒤 유럽 지도자들의 당황한 반응이 화제가 됐는데, 20일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이 참석한 다보스 포럼 패널 토론 때도 비슷한 분위기였다. 러트닉은 유럽 주요국이 배터리 제조 역량 등이 부족한 상황에서 ‘탄소 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 태양광·풍력 에너지 개발에 매진하는 상황을 비판했다. 그는 “왜 배터리 생산 능력도 없는데 당신들은 태양광, 풍력에 투자하려 하는 것이냐”며 “2030년까지 탄소 중립을 하겠다는 것은 배터리를 생산하는 중국에 종속되겠다는 결정을 내린 것과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러트닉은 이날 유럽이 트럼프의 그린란드 병합 의사에 맞서 보복 관세 부과를 저울질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서도 “그렇게 되면 우리는 맞대응 국면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트럼프는 지난 17일 병합에 반대하는 덴마크 등 8국에 1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했고, 진전이 없을 경우 6월 1일부터는 25%를 매긴다고 밝혔다. 러트닉은 최근의 갈등을 ‘소란’이라 지칭하며 “지난해 유럽연합(EU)을 상대로 처음 관세를 부과했을 때도 긴장이 고조됐지만, 결국 협상 끝에 합의로 귀결됐다”고 했다. 제이미슨 그리어 무역대표부(USTR) 대표도 이날 트럼프가 그린란드 문제와 관련해 관세를 부과한 것이 적절하다며 “대통령은 모든 국가에 항상 전면적 제재를 부과하고 싶어 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해왔지만, 대신 관세와 같은 보다 낮은 강도의 조치를 활용해 협상이나 기타 지정학적 결과를 위한 판을 깔 수 있다”고 했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이 20일 스위스 다보스 포럼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은 유럽 일부 국가가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4년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러시아로부터 석유를 수입하고 있는 것을 지적하며 “자기 자신과의 전쟁에 자금을 대고 있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또 “그동안 유럽은 사회 복지, 도로, 교육에 돈을 써왔는데 이제 (국방비에) 더 많은 돈을 낼 됐다” “트럼프 대통령 덕분에 그렇게 하기로 동의했다”고 꼬집었다. 베선트는 1980년 이후 미국과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가 사용한 국방비를 비교하면 격차가 220조 달러에 이른다고도 했다. 트럼프는 이날 취임 1주년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오늘 밤 다보스로 떠날 예정이며 그린란드와 관련해 많은 회의가 있다”며 “사실 꽤 잘 풀릴 것으로 생각한다. 지켜보면 알게 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