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1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 총회에서 특별 연설을 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1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 연차 총회 특별 연설에서 “유럽을 사랑하지만 일부 국가는 긍정적이지 못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며 “모욕하기는 싫지만 일부 국가는 거의 눈에 띄지 않을 정도다. 유럽은 미국이 하는 것처럼 따라 하면 시민들의 삶을 개선하고, 경제적인 기적을 달성할 수 있다”고 했다. 덴마크 자치령인 그린란드 병합을 놓고 미국과 유럽의 갈등이 최고조에 이른 가운데, 트럼프는 이날 2020년 이후 6년 만에 대면(對面)으로 참석한 포럼 특별 연설에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우리를 보호하기 위해 얼음 덩어리(piece of ice) 하나 달라고 하는데 주지 않는다”며 “예스(yes)라고 하면 매우 감사해 할 것이고, 노(no)라고 하면 우린 기억할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는 그린란드 관련 “덴마크, 그린란드에 엄청난 존경심을 갖고 있다”면서도 “모든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은 자기 영토를 방어해야 할 의무가 있고 그린란드를 제대로 지킬 수 있는 나라는 미국밖에 없다”고 했다. 이어 세계 2차 대전 당시 덴마크가 6시간 만에 독일 수중에 떨어졌다며 “그들은 스스로와 그린란드를 방어할 수 없었고, 미국이 많은 비용을 들여 우리 군대를 보내 (덴마크와 그린란드를) 지켰다”고 했다. 트럼프는 “우리가 아니었다면 여러분은 모두 독일어나 일본어를 하고 있었을 것”이라며 “전쟁 이후 그린란드를 덴마크에 돌려준 것은 바보(stupid) 같은 짓이었다”고 했다.

트럼프는 “우리가 그린란드를 필요로 하는 것은 국가 안보, 국제 안보를 위한 것이지 수백 피트 아래 묻혀 있는 광물 때문이 아니다”라며 “미국은 지난 수백년 동안 외부의 위협으로부터 우리 반구(半球·서반구)를 보호하는 정책을 구사해왔다. 역대 미국 대통령들은 200년 넘게 그린란드를 매입하기 위해 여러 노력을 해왔다”고 했다. 그는 덴마크가 2019년 그린란드 안보 강화를 위해 2억 달러(약 3000억원)를 투자하기로 했지만 “단 1%도 쓰지 않았다”며 “이 거대한 얼음 조각을 보호할 수 있는 것은 미국 밖에 없고 유럽도 판매하는 것이 좋다. 그래서 그린란드 매입을 위한 즉각적인 협상을 진행하려 하는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는 “나는 물리력은 사용하고 싶지 않다”며 군사적 옵션을 배제하고 있다는 취지로 얘기했다.

트럼프는 “우리는 유럽을 소련으로부터 보호했고, 나토에 관한 돈도 전부 다 냈다”며 “그래서 그린란드에 대한 소유권을 요구하는 것이다. 우리의 위험한, 잠재적인 적을 묶어두기 위해 골든 돔(golden dome·트럼프가 제안한 최첨단 다층 미사일 방어망)을 거기에 짓겠다”고 했다. 그간 미국이 나토에 기여한 것과 비교하면 그린란드를 요구하는 것이 “아주 작은 부분에 지나지 않는다”고도 했다. 트럼프는 전날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가 ‘세계 질서가 파열되고 있고, 그린란드가 미래를 결정할 고유 권리를 전적으로 지지한다’는 연설을 한 것에 대해선 “캐나다는 미국 덕분에 먹고 사는 나라고 고마워해야 한다”며 “다음에 연설을 할 때는 이런 점을 고려하기를 바란다”고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1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에 참석해 특별 연설을 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 트럼프, 원전 예찬하고 유럽 신재생 에너지 비판

트럼프는 “미국은 원자력 에너지에 본격적으로 투자하고 있다”며 “이 분야에서 이룬 진전은 믿기 어려울 정도이며 안전성 측면에서의 발전은 놀라울 따름”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유럽이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 등을 위해 태양광·풍력 같은 재생 에너지 개발에 매진하고 있는 점을 비판했다. 트럼프는 “풍차들은 땅을 파괴하고 그런 게 돌아갈 때마다 수천 달러를 잃는다”며 “에너지를 통해 돈을 벌어야 한다. 미국은 ‘그린 스캠(green scam·녹색 사기)’을 추구한 모든 유럽 국가들이 겪은 재앙적인 에너지 붕괴를 피할 수 있었다”고 했다.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도 전날 ‘넷 제로’ 구상을 비판하며 “유럽이 배터리 제조도 안 하는데 풍력·태양광을 하는 건 중국에 종속되겠다는 의미”라고 했다.

트럼프는 22일까지 다보스 현장에 머물면서 유럽 주요국과 최소 5개의 양자(兩者) 회담 일정을 소화하고, 가자지구 전후 관리·감독을 위해 띄운 ‘평화위원회’ 헌장(憲章) 서명 행사도 주재할 예정이다. 백악관은 풀 기자단에 “50개 이상의 초청장이 발송됐고, 35국의 세계 지도자들이 참석을 확약했다”고 밝혔다. 워싱턴 DC 출발 이후 전용기인 ‘에어 포스 원’에서 전기 문제가 발견돼 회항한 탓에 트럼프의 스위스 도착은 2시간 가까이 지연됐다. 트럼프는 취임 직후인 지난해에는 다보스 포럼에 직접 참석하지 않고 화상 연설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