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 /AFP 연합뉴스

미 국무부는 15일 “외국 정부와 국제기구들이 ‘표현의 자유’ 같은 기본권을 제한하는 법률·규정을 만들고 있고, 이런 법률들은 미국 기업에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국내외 미국인을 표적으로 삼을 수도 있다”며 “(외국 정부가) 자국 내 정치적 목적을 위해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비자, 금융 제재를 포함한 모든 적절한 수단을 통해 이런 시도에 대응할 것”이라고 했다. 국무부의 이런 방침은 정부, 의회를 비롯한 미 조야(朝野)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 공정거래위원회가 입법을 추진하고 있는 온라인플랫폼법 등을 두고 우려가 제기되는 가운데 나온 것이다.

국무부는 이날 향후 5년간 외교 전략을 담은 ’2026~2030 회계연도 전략계획(Agency Strategic Plan)' 문서에서 이같이 밝혔다. 6개 주요 목표 중 하나로 ‘미국의 국가 주권 강화’를 명시했는데 “모든 미국인이 외국의 간섭 없이 권한을 행사할 수 있도록 보장하겠다”는 원칙을 명시했다. “미국 정부는 신(神)이 부여한 미국 국민의 자연권을 보호하기 위해 존재한다”며 “여기에는 표현의 자유, 종교·양심의 자유, 공동 정부를 선택하고 영향력을 행사할 권리가 포함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외국 정부, 국제기구들은 이 같은 권리에 제한을 가하는 법률과 규정을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혐오 발언’ 퇴치, ‘신뢰와 안전’ 증진, ‘허위 정보’ 대응 같은 명목을 내세워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무부는 “외국 정부들은 자국 내 정치적 목적을 위해 표현의 자유에 제한을 가해왔고 이는 미국 입장에서 용납할 수 없는 것”이라며 여기에 “해당 국가에서 운영되는 기술·미디어 기업에 대해 운용 조건을 강제하거나 벌금을 부과하는 일이 포함된다”고 했다. 트럼프 정부는 자국 빅테크에 대한 외국 정부의 규제에 대해 극도로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데, 이날 국무부가 특정 국가를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미 정부·의회는 최근 한국과 유럽연합(EU)의 ‘디지털 장벽’에 대해 강도 높은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사라 로저스 공공외교 담당 차관이 지난해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두고 “당국에 사실상 ‘검열권’을 부여해 한미 간 기술 협력을 위협한다”고 했다. 지난 13일 하원 청문회에서는 일부 의원이 이 법안을 ‘검열 법안(censorship bill)’이라 명명(命名)했다.

여한구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이 지난 14일 워싱턴 DC 의회에서 에이드리언 스미스 하원 세입위원회 무역 소위원장과 만나 대화를 하고 있다. /산업부

한미가 지난해 11월 발표한 팩트시트(fact sheet·공동 설명 자료)에서 “디지털 서비스 관련 법과 정책에서 미국 기업들이 차별당하거나 불필요한 장벽에 직면하지 않도록 보장할 것을 약속한다”고 했지만, 이 부분에 대한 미국 측 우려가 가라앉지 않으면서 올해 상반기 후속 협상에서 까다로운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쿠팡의 대규모 정보 유출 사건까지 더해져 상황을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앞서 국무부는 우방인 EU를 상대로도 빅테크 규제를 주도했다는 이유로 전·현직 고위직 5명을 상대로 신규 비자 발급 및 입국을 제한하는 초강수를 둔 바 있다. 미 조야의 반독점 정책 전문가나 정보기술(IT) 업계 관계자들은 공정위가 추진하는 온플법 같은 규제가 “미국 기업을 겨냥한 유럽 모델을 따르고 있다”는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

◇ 트럼프 1기 인사 “법치 훼손되면 韓美 협력도 무너져”

이런 가운데 트럼프 1기 때 국토안보부 장관 대행을 지낸 채드 울프는 16일 뉴스맥스에 기고한 글에서 쿠팡 사태와 관련해 “서울에서 벌어진 일들은 일반적인 규제 감독을 넘어섰고, 미국과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 동맹에게 기대할 수 있는 범위를 훨씬 벗어났다”며 “특정 기업 사건 하나에 국한되지 않는 근본적인 문제로 정치가 집행에 개입하면 문제 해결보다는 보복이 될 유인(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현재 워싱턴 DC의 친(親)트럼프 싱크탱크인 미국우선주의정책연구소(AFPI) 소속인 울프는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시진핑 주석과 만나 ‘한중관계의 완전한 회복’을 언급한 것에 대해서도 “동맹이 경제적 강압, 불공정 무역 관행에 맞서 협력해야 할 시점에 이런 비대칭성은 신뢰를 훼손하는 것”이라며 “공정성·투명성, 법치 같은 전제가 훼손되면 무역, 기술, 지정학적 위협에 대한 협력의 토대도 함께 무너진다”고 지적했다.

채드 울프 전 국토안보부 장관 대행. /미국우선주의정책연구소(AFP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