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과 고이즈미 신지로(小泉進次郎) 일본 방위상은 15일 오전 7시30분 워싱턴 DC 인근 포트 마이어 육군 기지에 나란히 모습을 드러냈다. 두 사람이 이렇게 이른 시간부터 만난 것은 미 육군 제3보병연대 병사들과 함께 체력 단련 훈련을 진행하기 위해서였다. 상무(尙武) 정신을 유독 강조하는 헤그세스는 그간 국내·해외 주둔 미군 기지를 방문할 때마다 장병들과 종종 체력 단련 훈련을 진행했고 내각 인사를 섭외하기도 했는데, 외국의 카운터파트와 같이 훈련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미 국방부와 일본 방위성이 공개한 사진을 보면 검은색 티셔츠를 입은 두 사람이 몸을 같이 풀고 팔굽혀펴기, 로잉(rowing) 같은 운동을 함께했다. 육군 소령 출신인 헤그세스가 여유만만인 표정을 하고 있는 반면, 고이즈미는 눈을 질끈 감은 채 버거워하는 모습이었지만 미소를 띠고 있었다. 나이는 헤그세스가 1980년생, 고이즈미가 1981년생으로 헤그세스가 한 살 더 많다. 헤그세스는 “우리 장병, 그리고 일본 방위상과 함께 체력 훈련을 하는 것만큼 아침을 여는 더 좋은 방법은 없다”며 “오늘 함께해줘서 고맙다”고 했다.
고이즈미는 “체력 훈련이 힘들었지만, ‘외국 국방 장관과 함께 훈련을 한 적이 없고 이건 역사적인 일’이라며 헤그세스 장관이 기뻐해준 것으로 (충분한) 보상이 됐다”며 “일·미 동맹을 담당하는 우리의 결속을 더욱 견고하게 하는 귀중한 시간이 됐다”고 전했다. 이날 훈련은 지난 13일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총리가 이재명 대통령과 드럼 합주를 한 데 이어 일본식 ‘소프트 외교’의 또 다른 사례로 기억될 것으로 보인다. 고이즈미는 환경상으로 재직하던 2019년 유엔기후행동정상회의에서 “기후 변화와 같은 큰 문제를 다루는 것은 펀(fun)하고 쿨(cool)하고 섹시(sexy)해야 한다”고 말한 것이 소셜미디어에 밈(meme·유행 콘텐츠)으로 만들어져 국내에서 ‘펀쿨섹좌’라는 별명이 붙었다.
미·일 국방장관은 이날 회담에서 제1도련선(島鏈線·일본 규슈 남단부터 대만, 필리핀을 연결하는 방어선) 전반에 걸친 훈련·연습을 통한 전력 강화, 동맹의 억지력과 대응 능력 강화 등에 대해 논의했다. 헤그세스는 일본의 방위비 증액을 거론하며 “일본이 보여주는 힘과 투자는 정말 중요한 조치고, 이를 환영하고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했다. 헤그세스는 지난해 3월 취임 후 일본을 처음 방문한 자리에서 “일본은 중국의 군사적 침략을 억제하는 데 필수적인 파트너”라며 “미·일 동맹이 인·태 지역 평화와 안보의 초석임은 분명하다”고 했다. 트럼프 정부는 중국 견제 등을 위해 주일미군사령부의 기능과 위상 강화도 추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