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로이터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2일 이란과 거래하는 나라에 대해 25%의 대미(對美)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이란 당국이 대규모 반(反)정부 시위를 유혈 진압하면서 사망자 규모가 수천 명에 이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미국이 ‘군사 행동’에 앞서 ‘경제 타격’부터 나선 것이다. 체제 유지가 급선무가 된 이란은 “미국과 핵 협상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트럼프는 이날 자신의 소셜미디어인 ‘트루스 소셜’에서 “이란과 거래하는 모든 국가는 미국과 하는 모든 거래에 대해 25%의 관세를 부과받게 된다”며 “이는 즉시 효력을 발휘하고, 이 명령은 최종적”이라고 했다. 트럼프는 13일 백악관 고위 참모들로부터 대(對)이란 옵션과 관련한 브리핑을 받을 예정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현재 이란 정권의 핵심 시설에 대한 군사 타격, 사이버 공격, 신규 제재 승인, 반정부 성향 온라인 계정 확대 지원 등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는 전날 이란 지도부로부터 핵 협상을 재개하고 싶다는 연락이 와서 “회담을 준비하고 있다”면서도 “현재 벌어지는 일들 때문에 회담이 열리기 전에 우리가 먼저 행동할 수도 있다”고 했었다. 캐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외교적 해결책을 최우선으로 하겠다면서도 “공습 역시 최고 군 통수권자가 선택할 수 있는 많은 옵션 중 하나다. 대통령은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군사 옵션을 쓰는 데 주저하지 않으며, 이란은 그 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고 했다. 이란에 대한 ‘2차 관세’ 부과는 이란산 석유의 최대 수입국인 중국을 겨냥한 측면도 있다. 미국이 지난 3일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을 생포·압송한 뒤 베네수엘라산 원유 수출을 사실상 장악한 상황에서 중국은 주요 에너지 수입처인 이란·베네수엘라 두 나라에서 미국발(發) 변수에 직면하게 됐다.

◇트럼프, 관세 통해 이란 석유 큰손인 中까지 견제

미국과 이란은 스티브 윗코프 미 중동 특사를 통해 물밑 소통을 하고 있다고 로이터는 보도했다.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도 12일 알자지라 인터뷰에서 윗코프와 소통 중이라는 사실을 인정하며 “미국과 핵 협상을 할 준비가 돼 있다” “미국과 몇 가지 방안을 논의했으며 현재 검토 중”이라고 했다. 현 상황을 연착륙시키고 신정 체제를 보존하고자 ‘핵 협상’ 카드를 내민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미 강성 보수층 사이에선 이번 기회에 이란 정권을 완전히 붕괴시켜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트럼프 측근인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은 “이란 국민과 함께한다는 말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며 “유일하게 옳은 해답은 단호하게 행동해 이란 지도부의 학살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걸 보여주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지금이 (이란의 이슬람 혁명이 일어난) 1979년 이후 중동의 흐름을 바꿀 수 있는 최고의 기회”라며 “트럼프 대통령에게 역사에 길이 남을 결정적인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했다. 보수 진영 원로인 뉴트 깅그리치 전 연방 하원의장 역시 “모든 서방 지도자의 목표는 이란 독재 정권이 가장 취약한 이 시점에 (정권을) 무너뜨리는 것이어야 한다”고 했다.

한편 미 국무부는 이날 긴급 공지를 통해 이란에 체류 중인 자국민에게 “지금 이란을 떠나라”고 했다. 현지에서 미국인이 장기간 수감되거나 적법 절차를 보장받지 못하는 사례도 보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에 기반한 인권운동가통신(HRANA)은 시위 16일째인 지난 12일까지 646명이 숨졌고 추가 사망 보고 579건을 확인 중이라고 밝혔다. 로이터는 익명의 이란 당국자를 인용해 현재까지 2000여 명이 숨졌다고 보도했다. 일각에선 1만2000명 이상이 숨졌을 가능성도 제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