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을 '그린란드 주지사'로 묘사한 인터넷 합성 사진. /X(옛 트위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1일 X(옛 트위터)에서 쿠바계 이민자 집안 출신인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이 쿠바 대통령이 될 수 있다는 한 게시물에 “괜찮아 보인다”고 댓글을 남겼다. 쿠바는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생포·압송 작전을 통해 서반구에서의 패권을 공고히 하겠다는 의지를 대내외에 과시한 트럼프 정부가 다음 군사 작전을 수행할 가능성이 가장 큰 곳으로 꼽힌다. 루비오는 트럼프가 “베네수엘라를 당분간 운영하겠다”고 밝힌 뒤 ‘베네수엘라 총독’ 역할을 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는데, 그가 쓰고 있는 모자(감투)의 개수를 헤아리기 어렵다.

12일 현재 루비오는 ‘장관 중의 장관’이라는 국무장관 외에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국립문서기록관리청(NARA) 청장 대행, 국제개발처(USAID) 처장 대행 등을 맡고 있다. 국무장관과 국가안보보좌관직을 겸임하는 것은 미 외교의 거목(巨木)인 고(故) 헨리 키신저(1923~2023) 이후 거의 반세기 만에 있는 일인데, 그만큼 트럼프의 신뢰가 두터운 참모라는 방증이다. 워낙 여러 개의 직책을 맡고 있다 보니 지난해 노동절을 앞두고 열린 백악관 내각회의에서는 루비오가 “네 가지 일을 동시에 하는 사람으로서 노동절은 아주 의미가 남다른 날”이라고 ‘자학 개그’를 해 대통령을 웃겼다. 최근 공개된 뉴욕타임스(NYT) 인터뷰에서는 트럼프가 루비오를 ‘아이들(kids)’이라 부르고 신발도 구매해 준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루비오 밈(meme·유행 콘텐츠)’이 큰 인기를 끌고 있는데, 그가 프로 미식축구(NFL) 구단인 마이애미 돌핀스의 차기 단장으로 거론되기도 했다. 그러자 루비오가 유머러스한 성명을 발표해 “평소 온라인 루머에 언급하지 않지만 지금은 그럴 필요성을 느낀다”며 “현재 공석인 돌핀스의 단장 및 감독 자리에 지원하지 않을 것이다. 세계적인 사건들과 미국의 소중한 기록 보관소에 집중해야 한다”고 했다. 루비오는 플로리다주(州)에서 연방 상원 3선(選)을 했다. 트럼프가 덴마크 자치령인 그린란드에 대한 소유 욕구를 감추지 않고 있는 가운데, 트럼프를 추종하는 매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일각에서는 루비오가 차기 ‘그린란드 주지사’로 제격이라는 목소리도 있다.

9일 백악관 행사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이 웃고 있다. 오른쪽은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AFP 연합뉴스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 성공을 계기로 루비오가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면서 그의 다음 행보를 놓고도 여러 전망이 나오고 있다. 루비오는 정권 2인자인 J D 밴스 부통령과 함께 트럼프의 뒤를 이을 MAGA 왕국의 유력한 후계자로 거론된다. 지난해 “밴스가 2028년 대선에 출마하면 그가 공화당 후보가 되고, 나는 그를 지지하는 첫 번째 인물 중 하나가 될 것”이라며 자세를 낮췄지만, 폴리티코는 “루비오는 과거에도 불출마 입장을 번복한 적이 있어 정치 전략가 중 이 발언을 액면 그대로 믿는 사람은 없다”고 했다. 트럼프가 쿠바에 대한 군사 작전까지 감행할 경우 루비오의 존재감은 더욱 커질 수 밖에 없다. 루비오는 상원의원 시절 외교위 등에서 부모의 고향인 쿠바 독재 정권에 대해 강한 목소리를 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