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 총독, 쿠바 대통령, 그린란드 주지사….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의 이름과 함께 최근 온라인에서 거론되고 있는 직함들이다. 베네수엘라 마두로 정권 축출, 그린란드 영유권 주장 등으로 미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대외 관계가 격변하면서, 미국 외교의 수장인 루비오가 각 지역 현안을 책임질 적임자로 언급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실제 직함은 아니다. 그러나 이미 미국 내에서 이례적으로 많은 역할을 겸직하는 루비오의 역할이 점점 커지면서, 루비오에게 새로운 직함을 붙이는 것이 온라인에서 일종의 놀이이자 밈(meme·유행어)처럼 번지고 있다.
최근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계속되는 이란에 미국이 개입할 움직임을 보이자 인터넷에는 루비오를 이란의 ‘샤(국왕)’로 묘사한 합성 사진이 올라왔다. 베네수엘라 이후 트럼프 행정부의 다음 타깃으로 쿠바가 유력하게 거론되면서 루비오는 ‘쿠바 대통령’으로도 불리고 있다. 쿠바계 이민자 가정 출신인 루비오가 쿠바 대통령이 될 수 있다는 게시물이 소셜미디어에 올라오자 트럼프가 “괜찮아 보인다”는 댓글을 달기도 했다.
그린란드 영유권을 넘보는 미국과 덴마크의 갈등 국면에서는 ‘그린란드 주지사’라는 직함이 등장했다. “캐나다를 미국의 51번째 주로 편입하겠다”는 등 외국 영토를 미국의 일개 주로 간주하는 트럼프의 발언에 빗댄 것이다. 앞서 마두로를 체포한 미국이 “베네수엘라를 당분간 운영(run)하겠다”고 했을 땐 미 언론이 루비오를 ‘베네수엘라 총독(viceroy)’으로 표현했다.
루비오는 미국 내에서도 수많은 ‘감투’를 쓰고 있다. ‘본업’인 국무장관 외에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국립문서기록관리청(NARA) 청장 대행, 트럼프 취임 이후 정부 구조조정 과정에서 사실상 폐지된 국제개발처(USAID) 처장 대행 등을 맡고 있다. 루비오는 지난해 노동절을 앞두고 열린 백악관 내각회의에서 “네 가지 일을 동시에 하는 사람으로서 노동절은 의미가 남다른 날”이라는 ‘자학 개그’로 트럼프를 웃겼다.
미국 네티즌들은 플로리다에서 연방 상원의원 3선(選)을 한 루비오를 프로미식축구(NFL) 구단 마이애미 돌핀스의 차기 단장으로 거론하기도 한다. 루비오는 역시 유쾌한 성명으로 답했다. “평소 온라인 루머에 대해 언급하지 않지만 지금은 그럴 필요성을 느낀다. 현재 공석인 돌핀스의 단장 및 감독 자리에 지원하지 않을 것이다. 세계적인 사건들과 미국의 소중한 기록 보관소에 집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