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중국과의 새로운 핵 군축 협정 구상을 언급하면서 북한도 대등한 지위의 군축 협상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부터 지속적으로 북한을 ‘핵보유국(nuclear power)’이라 칭해 온 트럼프 대통령이 완전한 비핵화가 아닌 핵 보유를 전제로 한 관리·통제 전략으로 방향을 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지난주 트럼프와 2시간 동안 진행한 인터뷰 전문(全文)을 11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트럼프는 다음 달 만료되는 러시아와의 신전략무기감축조약(New START·뉴스타트)과 관련해 “우리는 더 나은 협정을 만들 것이다. 미국과 러시아, 중국이 최대한 많이 비핵화를 하면 좋은 것”이라며 “그렇게 된다면 다른 몇몇 선수들(a couple of other players)도 끌어들이는(get involved)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트럼프는 “북한을 말하는 것이냐”는 NYT의 질문에 명확한 답을 하지 않으면서도 재차 “다른 국가들도 끌어들여야 한다”고 답했다. 기존 미·러에 중국뿐 아니라 북한 등 핵무기를 갖고 있는 다른 국가들까지 협상 테이블에 앉혀야 한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뉴스타트’는 미국과 러시아 사이에 남은 마지막 핵 군축 협정이다.
트럼프는 취임 초부터 기자 회견 등을 통해 북한을 여러 차례 ‘핵보유국’이라고 지칭해왔다. 이럴 때마다 미국이 ‘북한 비핵화’를 포기한 것이냐는 우려가 제기됐는데, 미 정부는 “미국의 목표는 (핵 군축이 아닌) 완전한 비핵화”라는 입장을 밝혀왔다. 하지만 트럼프는 이번 NYT 인터뷰에서 북한을 핵확산금지조약(NPT)에 따른 공인 ‘핵무기 보유국’(nuclear weapon state)인 중국·러시아와 대등한 지위에 놓고 군축 협상을 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핵 군축 협상은 북한이 원하는 것이다. 핵 능력을 지속적으로 고도화하고 있는 북한은 스스로 ‘핵보유국’임을 강조하며 미국 등 국제사회의 비핵화 요구를 거부해왔다. 미국 조야에서도 ‘북한 비핵화’를 현실적으로 달성하기 어려운 목표로 보고, 북핵을 군축 협정을 통해 관리·통제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전환해야 한다는 기류가 확산하고 있다. 실제 지난해 말 공개된 트럼프 행정부의 국가안보전략(NSS)에는 ‘북한’이란 단어가 아예 빠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