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8일 “나를 멈출 수 있는 오직 한 가지는 내 도덕성(morality), 내 생각”이라고 했다. 트럼프는 이날 공개된 뉴욕타임스(NYT) 인터뷰에서 미국의 ‘최고 사령관’으로 세계 도처에서 휘두르는 권력에 어떤 견제 장치가 있냐는 질문에 “나에게 국제법은 필요 없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번 인터뷰는 트럼프가 특수 부대를 동원해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생포·압송하고 우방인 덴마크의 자치령 그린란드에 대한 소유 의지를 감추지 않고 있는 가운데 이뤄졌다. NYT는 “강대국이 충돌할 때 법과 조약이 아닌 국가의 힘이 결정 요인이 돼야 한다는 그의 세계관을 가장 노골적으로 인정한 발언이었다”고 평가했다.
트럼프는 인터뷰에서 “나에겐 국제법이 필요 없다”며 “나는 사람들을 해치려는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부적절한 의도를 가진 것이 아니기 때문에 베네수엘라의 경우와 같은 군사 작전을 진행할 때 국제법의 통제를 받지 않아도 된다는 주장으로 해석됐다. 그는 미 정부가 국제법을 준수해야 하느냐는 질문에는 “그렇다”고 했지만, 미국에 제약이 되는 상황일 경우 결정권자는 자신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며 “어떻게 국제법을 정의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했다.
트럼프는 그린란드 내 미군 기지 사용 권한이 있는데도 왜 굳이 소유하려 하느냐는 질문에 “소유권은 매우 중요하다”며 “그것은 성공을 위해 심리적으로 필요하다”고 했다. 부동산 개발자 출신인 그는 “소유권은 임차나 조약만으로는 얻을 수 없는 어떤 것을 준다”고도 했다. 유럽 우방국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지만, 그린란드 확보와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유지 중 무엇이 더 중요하냐는 질문에는 즉답을 하지 않으며 “선택의 문제가 될 수도 있다”고 했다.
트럼프는 중국의 대만 공격 여부에 대해서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대만을 중국의 일부로 여긴다”며 “무엇을 할지는 그가 결정할 일”이라고 했다. 이어 “그러나 나는 그가 그것(침공)을 하면 기분이 매우 나쁠 것이라 그에게 얘기했다”며 “다른 대통령이 재임 중일 때는 (침공을) 할지 모르나 내가 있는 동안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는 전임자인 조 바이든 전 대통령과 달리 대만해협 유사시 참전 여부 같은 미국의 역할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트럼프는 미국과 러시아 사이에 남은 마지막 핵무기 통제 조약인 ‘신(新)전략무기감축조약(New START)’이 다음 달 5일 만료되는 것에 대해서는 “만료되면 만료되는 것이고 더 나은 합의를 할 것”이라고 했다. 이 조약이 만료되면 미·러 간 핵무기 증강에 고삐가 풀릴 수 있는데, 트럼프는 중국을 포함한 새 협정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트럼프는 그동안 NYT를 “타락한 좌파 신문”이라 여러 차례 비판하고, 지난해 9월에는 150억 달러(약 21조 8400억원) 규모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이날 트럼프는 약 2시간 동안 NYT 기자 4명에게 질문을 받았고, 인터뷰 중 걸려 온 구스타보 페트로 콜롬비아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도 비보도를 전제로 청취할 수 있게 했다. NYT는 지난 3일 베네수엘라 공격 당시 계획을 사전에 파악했지만, 정부 요청에 따라 보도 시점을 늦춘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는 ‘트루스 소셜’에 작전 성공을 알린 직후 NYT 기자와 약 50초 동안 첫 육성 인터뷰를 하기도 했다. 이날 인터뷰도 트럼프가 관저를 안내하고, 자신의 건강 이상설을 보도했던 기자에게 “난 9시간도 할 수 있다”고 말하는 등 분위기가 화기애애했다고 한다. NYT는 미국 내에서 진보 언론의 대명사처럼 여겨지지만, 정작 바이든 정부 때는 한 차례도 대통령 인터뷰를 하지 못했다. NYT는 트럼프 집무실 책상에는 지난해 6월 미국이 이란 핵시설을 폭격할때 동원된 B-2 폭격기 모형이 올려져 있었다고 전했다.
한편 트럼프는 이날 방송된 폭스뉴스 인터뷰에서는 “우리는 이제 카르텔과 관련해 지상 공격을 시작할 것”이라며 “카르텔이 멕시코를 운영하고 있다”고 했다. 마약 카르텔을 겨냥한 태평양과 카리브해 등 해상 공격에 이어 지상 공격도 곧 시작될 것이란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