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이 7일 정례 브리핑을 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백악관은 7일 미국의 덴마크 자치령 그린란드 매입 가능성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국가안보팀 차원에서 논의되고 있다고 공식 확인했다.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은 다음 주 덴마크 측과 만나 이 문제를 논의할 것이라며 군사적 수단도 배제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는데,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압송을 계기로 트럼프의 허풍이라 여겨졌던 그린란드 편입 시나리오가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는 전후 자유주의 질서를 떠받드는 축이었던 미국과 유럽의 ‘대서양 동맹’에도 실존적인 위협이 될 수밖에 없는데, 유럽 주요국들은 “루이지애나주(州)를 사고팔 수 있던 시대는 지났다”라고 반발했다.

레빗은 이날 백악관 정례 브리핑에서 “미국의 그린란드 취득 구상은 새로운 아이디어가 아니라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며 “1800년대까지 거슬러 올라가 여러 대통령이 미국의 국가 안보에 유리하다고 말해온 사안”이라고 했다. 이어 “대통령은 그린란드 문제가 북극에서 러시아·중국의 영향력 확대와 맞물려 미국의 핵심 안보 이익과 직결돼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해왔다”며 “이런 안보적인 이유로 인해 대통령과 참모진이 현재 잠재적인 구매가 어떤 형태가 될지를 논의하고 있다”고 했다. 앞서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가 보좌진에 구체적인 그린란드 구매 계획 수립을 지시했다고 전했다. 레빗은 ‘무력 점령을 왜 명확히 배제하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외교가 항상 첫 번째 (선택지)”라면서도 트럼프는 외교 전략을 노출하지 않는다며 답변을 흐렸다.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오른쪽)과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이 7일 의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화를 하고 있다. /UPI 연합뉴스

이런 가운데 루비오는 이날 의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덴마크 요청대로 다음 주 양자(兩者) 대화에 나선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는 그린란드 정부도 참석할 예정이다. 그는 미국이 그린란드를 구매할 것이냐는 질문에 “그건 애초부터 늘 트럼프의 의도였다”며 새로운 입장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루비오 역시 레빗과 마찬가지로 “대통령이 항상 선택지를 보유하고 있다고 항상 말해왔다”며 군사적 옵션도 배제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얘기했다. 루비오는 “난 그린란드에 관해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단지 전 세계에 대해 그렇다는 것”이라며 “만약 대통령이 미국의 국가 안보에 대한 위협을 식별한다면 모든 대통령은 군사적 수단으로 대응할 선택지를 보유하고 있다. 베네수엘라에서도 다른 방식을 시도했지만 실패해서 군사적인 방식을 활용한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는 지난 4일 전용기 안에서 “미국은 국가안보 차원에서 그린란드가 필요하고, 덴마크는 그린란드를 중·러로부터 지키는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없다”고 했었다. 트럼프는 지난해 취임 이후 내내 이런 취지로 언급했지만, 마두로 압송 직후라 발언의 무게감이 달랐다. 주요 언론에서는 트럼프 정부가 그린란드를 ‘점령’하는 가상의 시나리오도 보도하고 있다. 독일·프랑스·폴란드 등 유럽 주요국 외무 장관은 7일 “우리는 루이지애나를 사고 팔 수 있는 시대를 지났다”며 “따라서 이런 위협은 중단돼야 한다”고 했다. 미국은 1803년 프랑스로부터 루이지애나 땅을 사들여 영토를 넓혔다.

2025년 3월 7일 그린란드 누크의 눈 덮인 건물들을 항공 촬영한 모습.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그린란드 장악을 위한 군사 행동을 포함한 여러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백악관이 2026년 1월 6일 밝혔다. 덴마크가 NATO 동맹을 파괴할 수 있다고 경고한 가운데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AFP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