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오전(현지시각) 미니애폴리스에서 ICE 요원이 차량으로 도주하던 37세 여성 르네 니콜 굿에게 총을 쏘는 장면이 소셜미디어에 공유되고 있다. /X

7일 미국 미네소타주(州) 미니애폴리스에서 이민 당국이 불법 이민자에 대한 대규모 단속을 벌이던 와중에 30대 백인 여성이 이민세관단속국(ICE) 요원의 총격에 숨지는 일이 발생했다. 이후 다양한 각도에서 촬영된 영상이 소셜미디어에서 공유되며 갑론을박이 일고 있는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숨진 여성이 “전문적인 선동가로 해당 요원이 자기방어 차원에서 총을 쏜 것”이라 했다. 반면 민주당에서는 “진상을 밝히기 위한 철저하고 신속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했다. 미니애폴리스는 트럼프 1기 때 흑인 고(故) 조지 플로이드가 백인 경찰에 의해 숨진 뒤 전국으로 번졌던 ‘흑인 생명도 소중하다(BLM·Black Lives Matter)’ 시위가 열렸던 곳으로 이번 사건의 진행 방향에 미 정치권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7일(현지 시각) 미국 미니애폴리스에서 발생한 총격 사건 현장에서 시위대가 경찰관들과 대치하고 있다./AP 연합뉴스

AP등은 이날 오전 미니애폴리스에서 ICE 요원이 차량으로 도주하던 37세 여성 르네 니콜 굿에게 총격을 가해 사살했다. X(옛 트위터) 등에 올라온 영상을 보면 ICE 요원이 한 주택가 도로 위에 있는 혼다 SUV 차량에 다가섰다. 운전자가 창문을 열고 있었는데, ICE 요원 중 한 명이 강제로 문을 열려 하자 후진을 한 뒤 현장을 빠져나가려 시도했다. 그러자 차량 앞쪽에 있던 또 다른 요원이 총을 뽑아 든 뒤 차량 운전석을 향해 총을 쐈다. 이 차량은 피해 자리를 벗어났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주차된 차량과 가로등 등을 들이받고 멈췄다. 경찰은 “최소 두 발의 총성이 울렸다”며 총격을 받은 여성이 병원에 이송됐지만 사망했다고 전했다. 미니애폴리스 경찰청장은 언론에 “(사망한 여성이) 불법 이민 단속 대상은 아니었다”고 밝혔다.

7일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이민세관단속(ICE) 요원이 차량을 운전하던 여성을 총격해 살해한 사건 현장에서 FBI 요원들이 차량을 조사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7일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이민 단속관에게 총격을 받아 숨진 여성의 현장에서 열린 추모 집회에서 시위대가 이민세관단속국(ICE)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AFP 연합뉴스

이번 사건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미네소타에서 ICE가 대규모 불법 이민 단속을 벌이던 와중에 이뤄진 것이다. 소말리아계 이민자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천문학적인 연방 정부 지원금이 샜다는 대규모 복지 부정 스캔들이 제기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사기 제국’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를 지시하고, 이 여파로 민주당 소속 팀 월즈 주지사가 3선(選) 도전에 포기한 정치적으로 민감한 시기이기도 했다. 총격 사건이 알려진 뒤 분노한 시위대들이 현장에 집결해 ICE 반대 집회를 벌였고, 최루탄 등을 사용한 진압이 이뤄졌다. 민주당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트럼프의 반(反)이민 정책에 대한 반대 목소리를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는 “영상을 봤는데 정말로 역겨웠다”며 “진상을 밝히기 위한 신속하고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했다. 낸시 펠로시 전 연방 하원의장은 “복면을 쓴 요원들이 비무장한 여성을 사살한 것은 미국적 가치에 대한 배신이자 도덕적으로 용납할 수 없는 만행”이라고 했다.

월즈는 “영상을 봤고, 아무런 이유 없이 차량 안에 타고 있던 한 사람이 사망했다”며 “이번 총격은 예방이 가능했고 불필요한 일”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주 방위군에 필요한 경우 투입될 수 있도록 준비하기 위한 ‘경계 명령’을 내렸다고 밝혔는데, ICE 요원 등과 충돌할 경우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 미네소타 주방위군 대변인은 아직 공식 요청은 없었다면서도 “주 당국이 재산 보호, 공공 안전 확보를 위해 요청할 경우 지원하기 위한 필수적인 준비를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월즈는 시위대를 향해서는 “여러분의 분노를 느끼고 나도 분노한다”면서도 “이 일이 얼마나 잘못됐는지 목소리를 내고자 하는 건 애국적인 열망이지만 안전하게 이뤄져야 한다. 쇼를 원하는 그들에게 그런 걸 줄 수 없다”고 했다.

2020년 5월 31일 시위대가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 경찰에 제압을 당한 후 사망한 조지 플로이드의 죽음에 항의하며 차량을 뒤집고 있다. /AP 연합뉴스

이번 사건이 일어난 곳은 지난 2020년 5월 40대 흑인 남성 플로이드가 백인 경찰의 무릎에 목이 눌려 사망한 장소 인근이다. 미네소타 현지 언론들은 “사건 현장이 플로이드가 숨진 곳에서 1마일 떨어져 있다”고 했다. 플로이드 사건은 전국적인 인종차별 반대 시위를 촉발했는데, 이는 트럼프가 임기 후반 국정 운영 동력을 상실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이 때문에 트럼프 측은 이번 사건을 ‘법 집행 요원에 대한 좌파 선동가의 무분별한 저항’으로 규정하며 메시지를 선제적으로 발신했다. 트럼프는 “급진 좌파가 매일 같이 우리의 법 집행 요원을 위협하고 폭행하고 표적으로 삼고 있다”며 “이런 폭력과 증오로부터 (우리 요원들을) 보호해야 한다”고 했다. 크리스티 놈 국토안보부 장관도 기자회견에서 숨진 여성이 ICE 요원을 향해 차량을 돌진하려 했다며 “우리 소속 경찰관들이 자신과 주변을 보호하기 위해 신속하게 방어 사격을 한 것”이라고 했다. 트리샤 맥러플린 차관보는 “폭동 참가자가 차량을 무기화해 요원들을 살해하려 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