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당 소속 톰 콜 하원 세출위원장. /로이터·뉴스1

미국 하원 세출위원회가 5일 공개한 예산안 부수 보고서에 우리 정부가 검토하고 있는 온라인 플랫폼 법안이 “미국 빅테크 기업을 차별적으로 대우하는 것이고 중국에 소재한 경쟁사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는 문구가 들어간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면서 법안 시행일로부터 60일 내에 무역대표부(USTR)가 이 법안이 미국의 ‘대외 정책 이익(foreign policy interests)’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에 대해 보고하도록 했다. 이 법안은 아직 상·하원 조정, 본회의 표결 절차 등이 남아 있지만 양당이 합의해 작성한 것으로 자국 빅테크 기업에 대한 규제에 민감한 미 조야(朝野)의 초당적인 분위기를 반영하고 있다. 미 고위 당국자들이 한국의 ‘디지털 비(非)관세 장벽’을 잇따라 문제 삼으며 통상·외교 갈등으로 비화할 조짐도 보인다.

세출위는 이날 ‘상무·법무·과학(CJS) 등 관련 기관의 2026 회계연도 예산안’을 공개했다. 법안을 설명한 공식 문서인 ‘하원 보고서(H. Rept. 119-272)’를 보면 외국에서의 미국 기술 기업에 대한 ‘차별적인 대우(disparate treatment)’를 언급하며 “위원회는 대한민국이 검토하고 있는 온라인 플랫폼 법안이 미 기술 기업을 대상으로 하고 있어 중국에 소재한 경쟁사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 우려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법안이 시행되면 “USTR이 위원회에 플랫폼법이 미국 기술 기업과 대외 정책의 이익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에 대해 보고하도록 지시한다”고 했다. 세출 법안은 각 기관에 2026 회계연도 예산을 할당하는 정규 예산 법안으로, 상·하원이 조정하는 과정을 거쳐 본회의를 통과할 전망이다. 지난해 11월 의회를 통과해 역대 최장 기간 셧다운(연방 정부 기능 정지)을 끝낸 임시 예산안(CR)의 기한은 1월 30일까지로 설정돼 있고, 이 전까지 정규 예산을 통과시켜야 하는 것이 원칙이다.

미 의회의 이런 입장은 최근 우리 정부의 ‘디지털 장벽’을 미 고위 당국자들이 잇따라 문제 삼고 있는 가운데 공개된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해 국회를 통과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에 대해 국무부가 “한국은 디지털 서비스에 불필요한 장벽을 두어서는 안 된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고, 사라 로저스 국무부 공공외교 담당 차관은 “당국에 사실상 검열권을 부여해 한미 간 기술 협력을 위협하는 것”이라 비판했다. 지난달 열리기로 돼 있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공동위원회가 “한국의 디지털 규제에 대한 불만 때문에 취소됐다”(폴리티코)는 미국 언론 보도가 있었고, 서울의 주한 미국 대사관은 우리 국회가 해럴드 로저스 쿠팡 한국법인 임시 대표를 고발하기로 한 것에 대해 “주의 깊게 관련 동향을 지켜보고 있다”고 했다.

제이미슨 그리어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지난 2024년 워싱턴 DC의 사무실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워싱턴=김은중 특파원

제이미슨 그리어 USTR 대표는 과거 본지 인터뷰에서 우리 정부의 플랫폼 규제에 대해 “미국이 막대한 무역 적자를 감수했는데 반대급부로 받아드는 것이 플랫폼 회사에 대한 가혹한 차별이면 끔찍한 그림”이라 말한 적이 있다. “중국에 대한 무역법 301조(외국의 불공정 무역에 대한 고율 관세 같은 보복 조치 규정)가 발동돼 가장 이득을 본 것은 한국 기업들”이라고도 했는데, 한국의 플랫폼 규제가 중국 경쟁사에만 득이 될 것이란 문제의식이 하원이 이번에 공개한 세출 법안에도 반영돼 있다. 한미가 지난해 11월 발표한 팩트시트(공동 설명 자료)에는 “한·미 양국은 미국 기업이 디지털 서비스 관련 법과 정책에서 차별받거나 불필요한 장벽에 직면하지 않도록 보장한다”는 문구가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