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해안경비대 요원들이 러시아 국적 유조선 마리네라호에 진입하고 있다. /크리스티 놈 장관 X(옛 트위터)

미국 정부는 7일 해안경비대가 북대서양과 카리브해 인근 해역에서 각각 한 척씩 총 두 척의 러시아 연계 선박을 나포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크리스티 놈 국토안보부 장관은 이날 X(옛 트위터)에서 “해안경비대 전술팀이 국방부·국무부 등 관계 기관과 긴밀히 협력해 이번 작전을 수행, 불과 몇 시간 간격으로 두 차례의 안전하고 효과적인 승선을 성공적으로 완료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해안경비대는 승선 시도를 거부하며 도주한 유조선 ‘벨라 1호(현 마리네라호)’를 지난 21일부터 2주 넘게 추적해 왔다. 국제 제재를 위반해 러시아, 이란, 베네수엘라 원유를 불법 운송해온 선박 집단인 이른바 ‘그림자 선단(shadow fleet)’ 소속이다.

놈 장관은 “벨라 1호가 수 주 동안 해안경비대 추적을 피해 도주하려 했다”며 “심지어 추적 중 선박 국기를 변경하고 선체에 새 이름을 도색하는 등 정의의 심판을 피하려는 필사적이지만 실패할 시도를 벌였다”고 했다. 이번 작전을 수행한 해안경비대 먼로호의 승무원들이 “이 선박을 공해상에서 추적하며 위험한 폭풍우 속에서도 꼼꼼한 감시를 유지했다”며 “세계의 범죄자들은 도망칠 수는 있어도 숨을 수는 없다. 미국 국민을 보호하고 마약 테러 자금원을 발견하는 곳이라면 어디에서든 차단하겠다는 사명을 절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미 유럽사령부(USEUCOM)도 “미 연방 법원의 영장에 따라 북대서양에서 해당 선박을 압류했다’고 밝혔다.

작년 3월 촬영된 유조선 '벨라 1호'의 사진. 미국은 7일 베네수엘라의 원유 무역과 연계된 해당 유조선을 나포했다고 밝혔다. /로이터 연합뉴스
미 해안경비대 대원이 러시아 유조선 '벨라 1호'를 쌍안경으로 바라보고 있다. /X(옛 트위터)

이 유조선은 이란에서 출발해 베네수엘라 원유를 싣기 위해 베네수엘라로 들어가려던 중 해양경비대 단속에 걸렸고, 이후 선체 측면에 러시아 국기를 그리는 한편 러시아 국적으로 등록하며 명칭도 ‘마리네라호’로 변경했다. 로이터는 이날 미 당국자를 인용해 해안경비대가 아이슬란드 인근에서 나포 작전을 진행했다며 “인근에 러시아 군함들이 위치해 있었고, (이번 나포 시도가) 러시아와의 긴장을 고조시킬 수 있다”고 했다. 러시아가 외교 경로를 통해 미국에 추적 중단을 요청하기도 했는데, 파이낸셜타임스(FT)는 “트럼프 정부가 미군의 힘과 영향력을 과시하기 위한 고위험(high risk) 작전”이라고 했다. 놈은 “이것은 우리 국가의 최고 전투력이 발휘된 모습”이라며 “이게 바로 해상에서의 ‘미국 우선주의’”라고 했다.

미국이 나포한 또 다른 선박은 ‘M/T 소피아호’로 지난해에만 베네수엘라에서 원유를 싣고 네 차례 출항한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타임스(NYT)는 이 선박이 “카메룬 국기를 게양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이번 작전에 관여한 남부사령부(USSOUTHCOM)는 “억류된 선박이 카리브해에서 불법 활동을 수행하고 있었다”며 “미국으로 소피아호를 호송해 최종 처분할 예정이다. 서반구에서의 불법 활동을 근절하겠다는 사명을 흔들림 없이 수행하고 있다”고 했다.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은 “제재 대상이자 불법적인 베네수엘라산 원유에 대한 봉쇄 조치는 전 세계 어디서든 완전한 효력을 유지한다”고 했다.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베네수엘라를 오가는 제재 대상 유조선에 대한 완전 봉쇄를 지시한 이후 유조선 나포 작전을 진행해왔다.

크리스티 놈 국토안보부 장관. /AP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