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에 대해 미국 정부가 “표현의 자유를 훼손한다”고 우려를 표시한 가운데, 류제화 변호사 등이 이끄는 ‘자유·인권 워킹그룹’은 1일 “국무부의 공식 우려는 ‘허위 조작 정보 근절법’이 인권 문제를 넘어 통상·산업 리스크로 번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불명확한 규제가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는 동시에 글로벌 플랫폼과 국내 산업 생태계 전반에 비용을 전가해 결과적으로 국민 경제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이 법은 ‘허위·조작 정보’에 관한 규정의 자의적이고 애매해 친여(親與) 단체에서도 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다.
류제화·박상수·설주완·이재희·전상범·조상현 변호사 등 6인은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이재명 정부는 개정안의 전면 재검토, 원상 복구를 위한 재개정을 즉각 추진해야 한다”며 “플랫폼 기업에 삭제·차단 책임을 과도하게 전가해 사실상 사적 검열을 유도하는 구조를 폐기하고 분쟁 해결은 적법 절차(법원에 의한 독립적인 심사)를 중심으로 재설계하라”고 했다. 미 조야(朝野)에서는 개정안을 국내에서 사업을 영위하는 X(옛 트위터), 구글, 메타 등 자국 빅테크 기업을 겨냥한 규제로 보는 시각이 강하다. 사라 로저스 국무부 공공외교 담당 차관은 지난달 30일 “규제 당국의 검열보다 민사적인 구제 수단을 제공하는 것이 낫다” “개정안은 당국에 사실상의 검열권을 부여해 한미 기술 협력을 위협한다”고 했다.
개정안은 ‘허위·조작 정보’ 유통을 금지하고, 이를 고의로 유통할 시 언론 등에 최대 5배의 징벌적 손해배상을 적용할 수 있도록 했다. 류 변호사 등은 “허위·조작 정보의 개념이 모호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청구가 남발될 가능성이 있다”며 “플랫폼 사업자에 대해 과도한 의무를 부과하는 것 역시 결국 시민, 언론에 자기 검열을 강요해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킨다”고 했다.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는 사실상 여권이 입맛대로 리더십을 구성할 수 있는 구조로 되어 있는데, “플랫폼 기업 감독 및 사실 확인 활동 지원 명목으로 설립될 위원회 산하 투명성 센터가 국가 검열기관으로 전락할 위험이 있다”고 했다.
류 변호사 등은 앞서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기 전 유엔 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실 등에 ‘긴급 탄원(urgent appeal)’을 요구하는 진정서를 제출했다. 4년 전 민주당 주도로 언론중재법 통과 시도가 있을 때도 유엔이 입장을 표명, 국제 사회 압박이 입법을 좌절시키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류 변호사 등은 “우리는 이번 사안이 국내 정치의 문제가 아닌 국민의 기본권, 대한민국의 국제적인 신뢰가 걸린 문제임을 다시 한번 분명히 한다”며 “유엔, 국가인권위원회 절차를 포함한 모든 수단을 통해 개정안의 위험성을 국내외에 계속 알릴 것”이라고 했다. 제이미슨 그리어 무역대표부(USTR) 대표 등은 자국 빅테크에 대한 우리 정부 당국의 규제, 국회의 입법에 극도로 민감한 반응을 보여 왔다. 이번 논란이 새해 한미 간 또 다른 통상 쟁점으로 비화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