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 미군이 베네수엘라에 있는 마약 적재 시설을 타격했다고 밝혔다. 트럼프는 이날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만난 자리에서 이같이 말하고 “마약을 실은 보트들을 적재하는 (베네수엘라 내) 부두 지역에서 대규모 폭발이 있었다”며 “우리가 보트들과 그 지역을 타격해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타격 시점과 지점, 작전 실행 주체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CNN과 뉴욕타임스 등은 소식통들을 인용해 “이달 초 중앙정보국(CIA)이 베네수엘라 해안의 항만 시설을 드론으로 타격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이 통치하는 베네수엘라 좌파 정권을 겨냥해 지난 8월 카리브해 해역에 군함과 병력을 보냈다. 이후 마약 운반 의심 선박을 격침하는 데 주력했지만, 베네수엘라 영토를 직접 겨냥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CIA는 이번 공격에 대해 별도 입장을 내지 않았지만, 트럼프가 베네수엘라 내에서 CIA가 ‘비밀 공작’을 수행할 수 있도록 승인한 사실이 지난 10월 언론 보도로 알려진 바 있다.
트럼프 정부는 타격한 항만 시설이 베네수엘라계 범죄 조직 ‘트렌 데 아라과’가 마약을 보관하고, 선박으로 옮겨 해외로 유통하는 거점으로 지목해 왔다고 미 언론들은 전했다. 공격 당시 현장에 사람은 없어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소식통은 CNN에 “이번 작전으로 시설과 선박이 파괴되는 등 어느 정도 성과는 있었지만, 베네수엘라 내 마약 밀수에 사용되는 항만이 다수 존재하는 점을 감안하면 상징적 의미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앞서 트럼프는 지난 26일 뉴욕의 라디오 방송 WABC 인터뷰에서 베네수엘라 영토 공격을 언급했다. 그는 중남미발 마약 밀수를 차단하기 위한 미군 작전을 언급하는 과정에서 “선박들이 출발하는 큰 시설을 제거했다”고 말한 바 있다. 구체적인 국가명을 거론하진 않았지만, 베네수엘라 공격으로 해석됐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번 공격에 대해 “베네수엘라에 대한 미국의 압박 작전이 중대한 수준으로 확대됐다는 의미”라고 전했다. 베네수엘라 정부는 이번 공습에 대한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마두로는 최근 각종 연말 행사에 참석하며 지지자들과 어울리고 무대 위에서 춤을 추는 모습을 공개하는 등 건재를 과시하고 있다.
이번 공격을 계기로 마두로를 겨냥한 미국의 군사적 압박이 더욱 거세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달 세계 최대 항공모함인 미 해군 ‘제럴드 포드함’ 전단을 카리브해에 보내고, 이달 중순에는 마두로 정권을 해외 테러 조직으로 지정했다. 트럼프는 최근 “마두로의 집권 기간은 얼마 남지 않았다”고 발언하는 등 마두로 축출 가능성을 여러 차례 공언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