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버 닉 셜리(오른쪽)가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의 한 보육 시설을 방문해 관계자에 질문을 하고 있다. /유튜브

미국 미네소타주(州)에서 연방 정부가 지원하는 복지 프로그램에서 대규모 부정 수급 사례가 드러나 당국이 수사에 착수한 가운데, 보건부(HHS)는 30일 짐 오닐 부장관 성명을 통해 “미네소타에 대한 모든 보육비 지급을 동결한다”고 밝혔다. 미네소타는 민주당 우세 지역이고 여기에는 미국 내에서 가장 큰 소말리아계 이민자 커뮤니티가 있는데, 이들 중 일부가 부정 수급에 연루된 것으로 알려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한 매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진영이 비판에 열을 올리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조치로 미네소타 내 어린이집에 대한 1억8500만 달러(약 2680억원)의 지원금 흐름에 영향이 있게 됐다”고 전했다.

부정 수급 스캔들은 23살의 보수 성향 유튜버인 닉 셜리가 최근 미네소타 내 보육 시설 10여 곳을 방문한 뒤 제작해 올린 영상이 공론화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셜리가 제시한 문서를 보면 시설 중 상당수가 연방 정부로부터 많게는 수백만 달러의 지원금을 받았는데 막상 현장을 방문해 보니 아이들이 한 명도 없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힌 것이다. 오닐은 “미네소타 전역의 사기성 보육 시설에 수백만 달러에 이르는 납세자들의 돈이 지원됐다는 심각한 의혹에 대해 읽어봤을 것”이라며 “우리는 자금 흐름을 차단했고, 사기 행각을 적발하고 있다”고 했다. 사기 신고를 받는 핫라인을 개설했고, 민주당 소속 팀 월츠 주지사에게는 “종합적인 감사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톰 코튼 공화당 상원의원은 “제3세계 이민자들을 받아들이는 것은 끔찍한 일”이라며 “납세자의 돈이 남용되는 걸 묵인한 정치인들을 체포하고 추방해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짐 오닐 미 보건부 부장관이 30일 미네소타주에 대한 모든 보육 지원금 지급 중단을 밝히고 있다. /X(옛 트위터)

연방수사국(FBI)이 부정 수급 의혹에 대해 대대적인 수사를 벌이고 있는 가운데, 뉴욕타임스(NYT)는 “현재까지 50건 이상의 유죄 판결이 내려져 최대 10억 달러(약 1조4420억원)의 세금이 도난당했을 수 있다”고 했다. 연방 검찰은 피고인 상당수가 소말리아계라 밝혔는데, 트럼프는 이 이민자들이 “도움이 되지 않는 쓰레기들(garbage)”이라며 대립각을 세워왔다. 연방 정부의 ‘곳간지기’라 할 수 있는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도 이달 초 방송에 나와 “미네소타 복지 기금이 중동, 소말리아 등으로 유출됐다는 사실이 드러나고 있고 그 자금이 어떻게 쓰였는지 반드시 밝혀야 한다”며 문제의식을 드러냈다. 베선트는 소말리아계이자 여성 무슬림으로는 최초로 하원에 입성한 일한 오마르 민주당 의원을 향해서도 “미국에 오면 도로에 어느 쪽에서 운전해야 하는지, 정지 신호에서 멈춰야 하는지, 무엇보다도 미 국민을 상대로 사기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배워야 한다”며 비판했다.

이런 가운데 이번 부정 스캔들을 폭로한 셜리는 영상을 올린 뒤 ‘심각한 위협’에 직면해 있다고 호소했다. 그는 트럼프의 장남인 트럼프 주니어가 진행하는 ‘럼블’ 방송에 출연해 “미네소타에서는 나에게 현상금이 걸려 있다”며 “사람들이 폭로된 사기에 대해 너무 분노하고 있고, 자신들의 시대가 이제 끝났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트럼프 정부 초반 정부효율부(DOGE) 수장으로 대대적인 예산·인력 구조조정을 주도했던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사기꾼들은 셜리가 진실을 말했기 때문에 그를 죽이려 한다”고 했다. J D 밴스 부통령을 비롯한 정부 고위급 상당수가 셜리를 엄호하고 있어 이번 논란이 쉽게 가라앉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월츠는 이번 논란이 “트럼프의 계획”이라며 “미네소타 주민을 돕는 프로그램에 대한 자금 지원을 중단하기 위해 이 문제를 정치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