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 플로리다주 마러라고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공동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AFP 연합뉴스

1776년 7월 4일 독립 선언과 함께 시작된 미국 건국이 2026년 250주년을 맞는다. 미국은 영국의 식민지였던 13개주(州)가 독립 전쟁(1775~1783)을 거쳐 자유와 민주 공화정을 기치로 하는 연방 정부를 세웠고, 1787년 헌법 제정으로 국가의 기틀을 다지며 오늘날 세계 초강대국으로 거듭났다. ‘매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를 외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 위대한 서사를 되새기고 국민의 애국심을 고취할 기념사업과 이벤트가 1년 내내 이어질 것임을 예고했다. 트럼프는 앞서 “건국 250주년인 7월 4일에 세계 최대 규모 생일 파티를 열고, 여러분들이 평생 경험해 보지 못한 시간을 만들 것”이라 했는데, 이를 위해 백악관 내 전담 태스크포스(TF)도 꾸렸다. 의회가 초당적 합의를 거쳐 배정한 관련 예산은 1억5000만 달러(약 2250억원)가 넘는다.

건국 250주년 기념행사는 새해 전날 워싱턴 DC를 상징하는 기념탑에 특별 조명이 들어오고, 뉴욕 타임스스퀘어 ‘볼 드롭(ball drop)’ 행사에 무게 5.6t 짜리 크리스털 볼이 밤하늘을 수놓는 것으로 시작된다. 1월 1일 0시에 2026년을 맞는 첫 번째 볼드롭이 진행된 뒤 0시 4분에 크리스털 볼이 성조기를 상징하는 빨간색·파란색·흰색으로 점등돼 숫자 ‘250′이 새겨진 모습으로 내려와 광장을 밝힐 예정이다.

29일 미국 뉴욕의 타임스스퀘어에서 열린 새해맞이 행사 리허설 도중 하늘에서 형형색색의 종이 가루가 흩날리고 있다. 31일 밤 열리는 올해 행사에서는 내년 미국 건국 250주년을 맞아 새해맞이의 하이라이트인 ‘볼 드롭’을 두 차례 진행한다. /AFP 연합뉴스

1년 내내 계속될 기념 행사 중 가장 눈에 띄는 건 6월 14일 백악관 사우스론에서 열리는 UFC(얼티밋파이팅챔피언십) 경기다. 백악관 내부에서 이종 격투기 경기가 열리는 것은 사상 처음이라 그 자체로 상당한 화제 몰이를 할 것으로 보인다. UFC 레전드인 코너 맥그리거가 “나도 포함시켜 달라”고 했다. 격투기 애호가인 트럼프는 지난 대선 때부터 기회가 될 때마다 UFC 경기장을 찾았다.

6월 25일부터 7월 10일까지 워싱턴 DC에서는 ‘위대한 미국의 주(州) 박람회’가 열려 50개 주의 역사와 문화를 소개한다. 7월 3일 에이브러햄 링컨 등 미국을 대표하는 대통령 4명을 조각한 사우스다코타의 러시모어산에서는 불꽃놀이가 예정돼 있고, 7월 4일 워싱턴 DC의 내셔널 몰 일대에서 대규모 군사 퍼레이드가 열려 250주년 기념 행사의 정점을 찍게 된다.

/그래픽=양진경

이밖에 1월 4일 뉴저지에서는 독립 전쟁의 불리한 전황을 반전시키는 데 결정적인 분기점이 됐던 조지 워싱턴 장군의 ‘프린스턴 전투’를 재현하는 행사도 있다. 가을에는 각 주를 대표하는 고등학생이 참석하는 체육 대회인 ‘패트리엇 게임즈’를 나흘 일정으로 열 계획인데, 성전환 선수의 참여는 허용하지 않을 계획이다. 트럼프는 “여성 스포츠에 남성 선수가 참여하는 일은 절대로 없을 것”이라고 했다.

건국 250주년을 계기로 도시의 외형적인 변화를 이끌 대형 건축 프로젝트들도 진행된다. 트럼프는 프랑스 파리의 개선문을 본뜬 이른바 ‘워싱턴 개선문’ 건설 계획을 밝혔다. 워싱턴 DC가 “주요 서방 국가 수도 중 유일하게 개선문이 없는 도시”란 한 건축 평론가의 제안에 트럼프의 마음이 움직였다고 한다. 또 초대 대통령 워싱턴부터 과학자 알버트 아인슈타인, 흑인 민권 운동에 투신한 마틴 루서 킹 목사, 아이폰을 개발한 스티브 잡스 애플 창업자 등 미 역사의 주요 인물 250명의 조각상을 전시하는 이른바 ‘영웅의 국립 정원’도 들어설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