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버 닉 셜리(오른쪽)가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의 한 보육 시설을 방문해 관계자에 질문을 하고 있다. /유튜브

미국 미네소타주(州)에서 연방 정부가 지원하는 유아 보육 지원, 식량, 주택 안정화 같은 복지 프로그램에서 대규모 부정 수급 사례가 드러나 당국이 수사에 착수하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한 매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진영이 이를 정치 쟁점화하고 나섰다. 유죄 판결을 받은 이들 중 상당수가 민주당 우세 지역인 미네소타 내 소말리아계 이민자 커뮤니티와 연관돼 있기 때문이다. 23살밖에 되지 않은 보수 성향 유튜버 닉 셜리(Nick Shirley)가 올린 42분짜리 고발 영상이 이번 논란에 불을 지피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는데, 틱톡·유튜브·X(옛 트위터) 같은 소셜미디어에서 사흘 만에 조회수 1억 회 이상 기록하며 화제 몰이를 하고 있다. 보수 진영은 “CNN보다 낫다” “이게 진정한 미디어의 역할”이라며 주류 언론을 때리고 있다.

셜리는 이날 올린 영상에서 미네소타 미니애폴리스 등지의 어린이집, 보육 시설 10여 곳을 방문했다. 그가 제시한 문서를 보면 이 시설 중 상당수는 연방 정부로부터 많게는 수백만 달러의 지원금을 받았는데 막상 현장을 방문해 보니 아이들이 한 명도 없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혔다. 셜리가 ‘돈과 아이들은 다 어디 갔냐’고 문제 삼자 “당신은 아무런 권한이 없다” “주 정부에 문의하라” “당신은 지금 잘못된 일을 하고 있다”는 답이 돌아왔다. 이미 미네소타에서는 부정 수급 의혹이 제기돼 검찰이 수사에 착수, “50건 이상의 유죄 판결이 내려졌고 최대 10억 달러의 세금(보조금)이 횡령”(뉴욕타임스)된 상태였다. 이런 가운데 아이폰 하나를 들고 복지 부정 실태를 여과 없이 보여준 셜리의 영상이 ‘바이럴(viral)’이 되면서 미국 네티즌들이 여기에 분노하기 시작한 것이다. 셜리는 “단 하루 만에 1억1000만 달러(약 1600억원)가 넘는 금액을 적발했다”며 “부패한 정치인, 사기꾼들에게 책임을 물어야 할 때다. 우리 모두가 열심히 일하고 세금을 내는데, 이런 사기는 근절돼야 한다”고 했다.

미네소타주에서의 복지 부정 수급 스캔들이 공론화되는 데 역할을 한 유튜버 닉 셜리. /X(옛 트위터)

셜리는 “이런 부정은 초등학생도 파악할 수 있는 것”이라며 복지 시스템 전반에 대한 감독 부재 등을 강하게 비판했다. 또 CNN으로 대표되는 주류 언론이 정치적 올바름(PC) 등을 의식해 이 문제를 제대로 다루지 않고 있다고 했다. 미네소타에는 미국에서 가장 많은 약 10만명 안팎의 소말리아계 이민자들이 거주하고 있는데, 이들 중 일부가 이번 복지 스캔들에 연루된 것으로 나타났다. 수사를 지휘하고 있는 캐시 파텔 연방수사국(FBI) 국장이 최근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고 밝혀 진상이 파악될수록 연루 규모는 커질 수 있다. 트럼프는 그동안 미네소타를 “사기성 자금 세탁의 중심지”라 표현했고, 이곳의 소말리아계 이민자들을 향해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 쓰레기들(garbage)”이라 칭하며 대립각을 세워왔다. 이런 레토릭은 적어도 반(反)이민 정책에 대한 지지가 높은 매가 진영에서는 상당한 소구력을 가졌다. 톰 에머 공화당 하원 원내 총무는 “미국 납세자를 상대로 사기를 저지른 소말리아인들을 신속히 추방하라”고 했다.

셜리의 보도 이후 J D 밴스 부통령은 “어떤 언론보다 더 유용한 저널리즘”이라고 치켜세웠고,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진보 진영에서 셜리에게 ‘백인 우월주의자’ 딱지를 붙이자 “사람들이 뭐라하든 신경쓰지 말라”고 했다. 테드 크루즈 공화당 상원의원은 민주당 소속인 팀 월츠 미네소타 주지사를 강하게 비판하며 “미네소타는 부정 행위의 온상”이라고 했다. 크루즈는 미네소타 외에도 캘리포니아, 뉴욕 등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다른 지역에서도 이런 복지 사기가 있을 것으로 의심하고 있는데 셜리의 영상이 인기를 얻으면서 보수 성향 유튜버들은 오하이오 등을 찾아 비슷한 컨텐츠를 제작하고 있다. 미네소타 주 당국은 “셜리가 영상을 촬영한 시간이 시설 운영 시간과는 다를 수 있다”며 영상만으로 부정하다 결론짓기는 어렵다고 반박을 했고, CBS가 셜리가 방문한 어린이집 등을 팩트체크한 결과 “여러 위반 사항에 대한 시정 명령은 받았지만 사기 행위가 기록으로 드러난 것은 없다”고 했다. 하지만 이미 소셜미디어에서 대대적으로 확산된 부정 의혹이 쉽게 가라앉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추가로 조사 결과가 드러나면 중간 선거가 있는 내년도 정치 지형에도 적잖은 영향을 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