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절 연휴를 맞아 워싱턴 DC를 떠나 1주일 가까이 플로리다주(州) 마러라고 사저에 머물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28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연말 연휴의 일부를 반납해야 하는 건 트럼프를 따라다니며 일거수일투족을 취재해야 하는 백악관 풀 기자단도 마찬가지였는데, 트럼프가 이날 돌연 ‘공짜 점심(free lunch)’을 대접한 것이 화제가 됐다. 보통은 트럼프의 정상회담 앞부분이 언론에 공개되는데, 기자단이 퇴장하려던 와중에 트럼프가 돌연 이들을 붙잡고 입을 열었다.
트럼프는 “혹시 밖으로 나가서 식사라도 하겠냐”라고 물었다. 주요 언론사가 당번처럼 돌아가면서 하는 ‘풀(POOL) 기자’의 일과 대부분이 밖에서 대기하는 시간이 많은데, 연휴를 희생해 일하는 이들을 위해 배려라도 하듯 점심 식사를 제공하겠다고 제안한 것이다. 트럼프가 “혹시 이걸 뇌물로 생각해 공정하게 보도할 수 없거나 부정적인 기사를 써야 한다고 생각하냐”라고 묻자 바로 옆에 배석해 있던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이 미소를 띠었다. 이어 트럼프는 “(점심을 제공하면) 좋은 기사는 보장돼야 하지만 그러지 않을 것” “오히려 더 나쁘게 쓸 것”이라며 주류 언론에 대한 특유의 불신도 재차 드러냈다.
트럼프는 자신을 그림자처럼 수행하는 마고 마틴 커뮤니케이션 특보를 불러 “마러라고의 셰프로 하여금 점심을 제공하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이날 풀 기자로 현장을 취재한 온라인 매체 폴리티코 소속 기자는 “풀 기자단이 (마러라고) 클럽의 원형 테이블에서 점심을 제공 받았다”고 했다. 스테이크, 소시지 롤, 코코넛 새우, 감자튀김, 초콜릿 칩 쿠키 등이 메뉴로 제공됐다고 한다. 이 기자는 “트럼프 라벨이 붙은 생수병도 함께 나왔다”고 했다. 트럼프는 약 2시간 30분 회담 뒤 가진 공동 기자회견에서 기자단이 고마움을 표시하자 “점심이 맛있었냐”고 묻더니 “젤렌스키가 마러라고에 오더니 ‘정말 멋지다’라고 말했다. 그는 더 이상 백악관에는 가고 싶어 하지 않는 것 같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