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차 세계대전 참전 용사인 도미닉 크리텔리가 27일 NHL(북미아이스하키리그) 뉴욕 아일랜더스와 뉴욕 레인저스 경기에 앞서 색소폰으로 미국 국가(國歌)를 연주하고 있다. /뉴욕 아일랜더스 X

지난 27일 미국 뉴욕주(州) UBS 아레나. NHL(북미아이스하키리그) 홈팀 뉴욕 아일랜더스와 뉴욕 레인저스 경기를 앞두고 오른손에 색소폰을 쥔 채 아일랜더스 유니폼을 입은 한 노병(老兵)이 치어리더들의 부축을 받으며 등장하자 관중들 사이에서 탄성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1만7000여명의 관중이 모인 가운데 장내 사회자가 “오늘 미국 국가(國歌)를 연주하기 위해 이 자리에 오신 104세의 제2차 세계대전 참전 용사 도미닉 크리텔리 하사를 환영해 주십시오”라며 그를 소개하자, 이 탄성은 곧바로 거대한 함성 소리로 변했다.

왼손을 흔들며 화답한 크리텔리 하사는 마련된 자리에 앉아 색소폰을 가다듬고 악보를 보며 ‘별이 빛나는 깃발’(The Star-Spangled Banner) 연주를 시작했다. 감미로운 색소폰 소리가 장내에 울려 퍼졌고, 선수들과 관중들은 숨죽인 채 선율을 음미했다. 일부는 가슴에 손을 얹은 채 가사를 읊기도 했다.

조금은 투박했지만, 크리텔리는 수준급 실력을 선보였다. 연주가 끝나자, 온 힘을 다한 그에게 관중들은 뜨거운 박수를 보내며 ‘USA(the United States of America·미합중국)’를 외쳤다. 크리텔리는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관중들에게 거수경례를 했다.

제2차 세계대전 참전 용사인 도미닉 크리텔리가 27일 NHL(북미아이스하키리그) 뉴욕 아일랜더스와 뉴욕 레인저스 경기에 앞서 색소폰으로 미국 국가(國歌)를 연주한 뒤 경례 포즈를 취하고 있다. /뉴욕 아일랜더스 X

NHL과 폭스뉴스에 따르면 어린 시절 이탈리아에서 미국으로 이주한 크리텔리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 육군 소속으로 복무하며 151일간 전투에 투입됐다. 그는 적진 후방으로 아군에게 보급품을 전달하는 임무를 수행했으며, 1944년 12월 벌지 전투 등에 참전했다.

공로를 인정받아 제2차 세계대전 승전 메달, 모범군인 메달 등 다수의 훈장을 받은 크리텔리는 연주에 앞서 뉴욕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이 나라를 사랑한다”며 “미국에 오지 않았다면 (이탈리아) 무솔리니 치하에 남아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보훈 강국’인 미국은 스포츠 경기를 비롯한 각종 행사에 앞서 지금의 미국 사회가 있기까지 다방면으로 기여한 공로자들을 기념하는 행사를 연다. ‘세계 최강’ 미군의 일원으로 전장을 누비면서 목숨을 바친 참전 용사들은 그중에서도 가장 존경받는 대상으로 통한다.

미국에서 매년 11월 11일은 이들을 기억하는 재향군인의 날(Veterans Day)이다. 미국에서 1년 중 가장 중요한 공휴일 가운데 하나로 여겨진다.

한편 이날 경기에서는 아일랜더스가 레인저스를 2대0으로 꺾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