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성탄절 연휴인 28일 플로리다주(州) 마러라고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안을 놓고 다시 머리를 맞댔다. 트럼프는 “우크라이나 종전에 대해 많은 진전을 이뤄냈다”며 “합의라는 표현은 너무 강한 표현이지만, 우리는 가까워지고 있다. 협상이 잘 되면 몇 주 내 타결이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까다로운(thorny) 문제가 남아 있다”고 말해 종전안의 핵심 쟁점인 돈바스 지역 영토 포기, 우크라이나 안보 보장 문제 등과 관련해 이견이 여전히 있음을 시사했다.
트럼프는 이날 “너무 많은 사람이 죽고 있다”며 우·러 정상이 합의를 원한다고 했다. 러시아가 최근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등에 대규모 공습을 진행한 가운데, 트럼프는 “(푸틴이) 매우 진지하다”고 했다. 또 “우크라이나 역시 강력한 공격을 감행했다고 본다”며 “그들은 전쟁 중이고 앞으로 어떻게 될지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미국은 지난달 돈바스 영토 포기, 우크라이나의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가입 금지 등이 포함된 종전안을 제시했다. 이후 우크라이나와 유럽 주요국이 반발했고, 젤렌스키는 유럽과의 협의를 거쳐 20개 항목으로 구성된 수정안을 들고 왔다. 지난주 플로리다에서 미·우 대표단 간에 물밑 논의가 이뤄졌다.
트럼프는 “90%는 양측이 이미 합의에 이른 내용”이라며 “이것이 가능한 한 빠르게 평화로 이어지길 바란다”고 했다. 트럼프는 종전안에 “우크라이나에 경제적으로 크게 이익이 되는 내용이 있고, 재건해야 할 부분이 많아 그 과정에서 막대한 부(富)가 창출될 수 있다”고 했는데 안보 보장 방안뿐 아니라 전후(戰後) 재건 구상이 담길 것이란 뜻으로 해석됐다. 그러면서도 “협정에 어떤 내용이 담길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했는데, 파이낸셜타임스(FT)는 “트럼프가 크렘린(러시아)의 이웃 국가 침략에도 불구하고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사이의 중립적인 입장을 고수했다”며 “젤렌스키에 대한 트럼프의 지지 표명을 기대했다면 실망했을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는 이날 회담을 마친 뒤 젤렌스키와 가진 공동 기자회견에서는 “종전 협상이 잘 되면 몇 주 내 타결이 될 것”이라고 했다. “우크라이나 종전에 대해 많은 진전을 이뤄냈다”며 ’95%‘라는 구체적인 수치까지 언급해가며 “합의라는 표현은 너무 강한 표현이지만, 우리는 가까워지고 있다”고 했다. 트럼프는 젤렌스키와 함께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등 유럽 정상들과도 통화해 논의를 진행했다고 전했다. 그는 러시아가 요구하고 있고 우크라이나가 반대하는 돈바스 영토 포기 문제와 관련해서는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고 많이 근접했다”면서도 “까다로운 문제가 남아 있다”고 말해 이견이 여전히 존재함을 시사했다. 종전안의 또 다른 핵심인 우크라이나 안보 보장 방안에 대해서도 “유럽이 상당 부분을 담당할 것”이라 했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트럼프는 이날 젤렌스키와의 회담에 앞서 자신의 소셜미디어인 ‘트루스 소셜’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매우 생산적이고 좋은” 전화 통화를 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요청으로 이뤄져 1시간 넘게 진행됐다고 하는데, 트럼프는 젤렌스키와의 회담 이후에도 푸틴과 재차 통화를 갖고 회담 결과를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는 전화 통화에서 푸틴이 휴전에 동의하지 않았지만 “그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찾기를 희망한다” “그는 싸우고 있다가 멈췄다가 다시 시작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고 싶지 않다는 것이고,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해야 한다”고 했다. 또 “러시아도 우크라이나 재건을 도울 것”이라며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가 잘 되기를 원한다”고 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가 동부 도네츠크에서 완전히 군대를 철수하고, 돈바스 지역 영토를 할양하라 요구하고 있다. 반면 우크라이나는 현재 전선에서 전투를 중단하기를 원하고 있는데,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은 이날 “키이우가 건설적인 협상을 회피하고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