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7일 플로리다주 웨스트 팜 비치에 있는 자신의 골프장에서 골프를 즐긴 뒤 마러라고로 복귀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8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29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만나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終戰)과 가자지구 평화 구상의 후속 조치를 각각 논의할 예정이다. 성탄절 연휴를 맞아 워싱턴 DC를 떠나 플로리다주(州) 마러라고에 머물고 있는 트럼프가 연말에도 잇따라 양자 회담을 가진 건 두 문제가 하기에 따라 트럼프 2기 정부의 최대 외교 성과가 될 수 있지만 별다른 진척이 없기 때문이다. 미국과 우크라이나는 종전안의 일부 내용을 놓고 이견 차가 있고, 이런 가운데 러시아는 키이우에 대규모 공습을 감행했다. 네타냐후가 가자지구 구상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을 것이란 의구심도 커진 상황이다.

트럼프는 28일 오후 젤렌스키와 회담을 갖고 종전 방안을 논의한다. 미국은 지난달 러시아와 협의해 우크라이나의 돈바스 영토 포기,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가입 금지 등을 포함하는 28개 항목으로 된 평화 구상을 제시했다. 이후 우크라이나와 유럽 주요국이 반발했고, 우크라이나는 미국이 제안한 초안을 수정해 20개 항목의 수정된 평화 구상을 역제안했다. 수정안에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안보 보장 방안 등이 담겨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젤렌스키는 “20개 항목 평화안의 90%가 준비됐다”며 “민감한 사안인 돈바스, 자포리자 원자력 발전소 (운영 방안)를 (트럼프와) 논의할 것”이라고 했다. 안전 보장에 대한 미국의 확답을 받기를 기대하면서도 “트럼프가 제공할 의사가 있는지에 달려 있다”고 했다.

트럼프는 26일 공개된 폴리티코 인터뷰에서 “내가 승인하기 전까지는 아무것도 없다”면서도 “(젤렌스키가) 무엇을 내놓을지 두고 보자”고 했다. 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도 “곧 대화할 것”이라며 “푸틴과도 잘될 것”이라고 했다. 다만 트럼프의 낙관과 달리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와 유럽이 마련한 중재안을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은 28일 타스통신 인터뷰에서 “미국의 새 행정부가 집권한 이후 유럽, 유럽연합(EU)이 평화의 주요 장애물로 부상했다”며 미·우 회담이 열리기도 전에 종전안을 사실상 거부했다. 러시아는 26~27일 드론 500대, 미사일 40발 등을 동원해 키이우를 공격했는데 전장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어 종전을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관측도 나온다. 젤렌스키는 “이번 공격은 우리의 평화 노력에 대한 러시아의 또 다른 응답”이라며 “푸틴은 평화를 원하지 않는다”고 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오른쪽)과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가 27일 캐나다에서 만나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이런 가운데 트럼프가 중재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 휴전도 후속 조치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트럼프가 지난 9월 발표한 가자지구 평화 구상의 2단계는 하마스의 무장 해제, 이스라엘의 철군을 포함한다. 트럼프는 기술 관료가 주도하는 새 팔레스타인 정부 수립, 가자지구의 안보·치안을 담당할 국제안정화군(ISF) 구성을 가능한 한 빨리 발표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그런데 네타냐후가 가자지구 비무장화를 놓고 회의를 표시했고, 트럼프 정부 당국자들은 네타냐후가 불안정한 휴전 합의를 흔들고 후속 절차를 지연시키는 것에 대한 불만이 커졌다고 악시오스가 보도했다. 트럼프를 제외하면 네타냐후가 스티븐 위트코프 중동 특사,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등 주요 참모들과 거리가 소원해졌다는 얘기도 나온다. 이런 가운데 미국 방문이 이뤄지는 것이라 두 정상이 접점을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