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4일 플로리다주 마러라고에서 열린 성탄절 전야 만찬에 참석해 있다. /AF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성탄절인 25일 미군이 나이지리아 북서부에서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 ‘이슬람국가(IS)’에 대해 “강력하고 치명적인, 다수의 완벽한 공습을 실행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19일 시리아에서도 미군을 공격한 IS를 겨냥해 보복 공습을 감행한 데 이어 일주일 사이에 IS를 연달아 타격한 것이다.

반면 군사적 압박 수위를 최고조로 끌어올리던 베네수엘라에 대해서는 경제적 압박에 치중하는 모양새다. 미 트럼프 행정부가 한 국가 전체를 상대로 군사 작전을 벌이는 데 따르는 부담을 피하기 위해 극단주의 세력을 선택적으로 우선 타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주일새 IS 두 차례 공격

트럼프는 이날 소셜미디어를 통해 나이지리아 IS 공격 소식을 전하며 “기독교인 학살을 멈추지 않으면 엄청난 대가를 치를 거라고 경고했고, 오늘밤 그렇게 됐다. 그들이 기독교인 학살을 계속하면 죽어갈 테러리스트가 훨씬 많아질 것”이라고 했다.

아프리카 최대 인구 대국(약 2억2000만명)인 나이지리아에서는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 세력의 준동으로 극심한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이들은 학교를 습격해 학생들을 납치·살해하고, 무슬림·기독교인을 가리지 않고 민간인을 무차별 공격하고 있다. 트럼프는 그중 기독교인의 희생을 문제 삼은 것이다. 미 중앙정보국(CIA)에 따르면 나이지리아 무슬림(53.5%)과 기독교인(45.9%) 인구 비율은 비슷한 수준이다. 미국은 지난 10월 나이지리아를 ‘종교의 자유 특별 우려국’으로 지정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나이지리아 북서부에서 이슬람국가(IS) 조직에 대해 "강력하고 치명적인 공격"을 감행했다고 밝혔다. 미국 국방부는 군함에서 미사일이 발사되는 장면을 보여주는 짧은 영상을 게시했다, / 미 국방부 X

전격적으로 이뤄진 이번 공격에 다른 배경이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나이지리아는 원유와 천연가스, 리튬 등 풍부한 광물 자원을 보유하고 있다. 중국이 ‘일대일로’ 사업을 통해 인프라 건설에 최소 200억 달러(약 30조원)를 투자한 아프리카의 핵심 거점이다. 즉, 나이지리아에서 중국을 견제하고 미국의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군사 작전을 벌였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미국은 지난 19일에도 전투기와 공격용 헬기 등을 동원해 시리아 중부의 IS 거점으로 추정되는 수십 곳을 타격했다. 앞서 13일 정찰에 나선 미군이 공격당해 군인 2명과 민간인 통역사 1명이 숨진 데 대한 보복이다. 미 국방부와 정보 당국은 공격의 유력한 배후로 IS를 지목했다.

한때 시리아·이라크 상당 부분을 장악했던 IS는 미군이 주도하는 국제연합군의 공격으로 2019년 사실상 붕괴했다. 현재는 그 잔당이 세계 각지에서 테러를 일으키고 있다. IS에 대한 공격은 이들의 테러로 골머리를 앓는 각국 정부의 이해관계와도 일치한다. 나이지리아 IS 공격 작전을 시행한 미군 아프리카사령부는 “나이지리아 당국과 조율을 통해” 공격이 진행됐다고 밝혔다.

◇베네수엘라는 경제 압박 치중

반면 미국은 마약 차단을 명분으로 군사적 압박을 극대화했던 베네수엘라 마두로 정권에 대해서는 해상 봉쇄, 유조선 나포 같은 경제적 조치에 더 집중하는 모습이다. 미국은 베네수엘라 인근 카리브해에 제럴드 포드 항공모함과 미군 1만5000명을 배치했고, 트럼프도 “(해상 차단보다) 지상은 훨씬 쉽다” 등의 발언으로 지상 작전을 기정사실화했다.

그러나 지상 작전은 수개월째 이뤄지지 않고 있다. 실제로 침공을 감행할 경우 국제법 저촉 등 논란이 뒤따를 가능성이 높다. 미군은 이미 지난 9월 마약 운반 의심 선박을 미사일로 공격한 뒤 생존자를 겨냥해 ‘2차 공격’을 했다가 국내외에서 ‘전쟁 범죄’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중·러가 유엔을 통해 미국을 비판하는 목소리를 내는 상황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는 미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군사적 선택지는 여전히 존재하지만 우선 제재 집행을 통한 경제 압박을 사용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며 “베네수엘라가 양보하지 않으면 내년 1월 말쯤 경제적 재앙에 직면할 것이란 판단이 (정부 내에)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