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4일 플로리다주 마러라고에서 아이들과 통화를 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성탄절을 하루 앞둔 24일 멜라니아 여사와 함께 산타클로스의 위치를 묻는 어린이들과 통화하는 시간을 가졌다. 북미 영공을 방위하는 미국·캐나다의 공동 군사 조직인 북미항공우주방위사령부(NORAD)는 올해로 70년째 산타의 비행경로를 추적해 어린이들에게 알려주는 이벤트를 해왔는데, 여기로 걸려 오는 전화 일부를 대통령 부부가 받아주는 게 백악관의 오랜 전통이다. 이날 약 20분 동안 전화를 받은 트럼프는 “나쁜 산타가 (미국에) 침투하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는 통화 도중 익살스러운 답변을 하며 분위기를 띄웠다. 한 아이가 산타에게 받고 싶은 선물로 ‘인형의 집’을 언급하자 “어머님, 우리 잘 해결할 수 있겠죠”라며 “산타 할아버지가 제일 예쁜 인형의 집을 가져다줄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아이가 ‘옷과 사탕’을 원한다고 하자 “사탕을 원하는 대로 먹는 대신 건강해야 한다”고 했다. 한 아이가 성탄절 선물로 아마존에서 개발한 전자책 리더기인 ‘킨들’을 갖고 싶다고 했을 땐 “아마도 너는 매우 똑똑할 것 같다”며 “이 나라는 지능지수(IQ)가 더 높은 사람이 많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밖에 “여기 대통령보다도 더 뛰어난 영부인이 있다”며 배우자 자랑도 빼놓지 않았다.

트럼프는 오클라호마주(州)의 10세 아이가 산타 동선을 추적하는 이유를 묻자 “우리는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산타를 추적한다”며 “산타는 아주 좋은 사람이지만, ‘나쁜 산타’가 우리나라에 침투하지 않도록 확실히 하고 싶다”고 했다. ‘침투(infiltrate)’는 트럼프가 평소 불법 이민자를 겨냥해 자주 사용하는 단어다. 트럼프는 캔자스의 한 7세 아이가 선물로 ‘석탄을 원하지는 않는다’고 하자 “석탄은 깨끗하고 아름답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트럼프는 화석 연료 개발에 긍정적인 입장인데, 이 말을 들은 아이는 “바비 인형이랑 옷, 사탕이 더 좋다”고 했다.

트럼프는 펜실베이니아의 5세 아이와 통화하면서는 “우리는 거기서 3번이나 압도적인 표 차로 이겼다”고 했다. 펜실베이니아는 대선의 승부를 좌우하는 주요 경합주다. 트럼프는 1기 때인 2018년에도 아이들과 통화하면서 7세 아이에게 “아직도 산타를 믿냐”고 말해 ‘동심 파괴자’란 소리를 듣기도 했다. NBC는 “트럼프가 어린이들과 통화하며 연휴 분위기를 맞췄지만, 에너지 등 정치적 주제를 일부 끼워넣었다”고 평가했다.